투자 기업 주가 3년 만에 3000원대에서 최대 3만원 중반까지 껑충
바이오 기업 투자할 때는 활용성 뛰어난 플랫폼 가졌는지 살펴봐야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글로벌 백신 개발 기업 아스트라제네카와 기술 협약을 맺고 있는 국내외 기업에 투자했습니다. 요즘은 치료제 중에서 좀 더 난이도가 높은 뇌질환 쪽 관련 기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8일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신임 대표는 서울 강남구 본사 사무실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황 대표는 국내 자산 운용 규모 1위 벤처캐피털(VC) 한투파트너스에 올해 취임한 약대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다. 취임 이후 사무실에서 이뤄진 정식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황 대표는 12년 동안 한투파트너스에 몸 담으면서 바이오 업계의 ‘큰 손’으로 활약했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1996년 유한양행에 연구원으로 취업한 그는 2001년 한국바이오기술투자로 이직하면서 VC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번 황 대표의 취임은 ‘파격 인사’로 평가받는다. 12년 동안 한투파트너스 대표직을 지킨 백여현 대표가 교체됐기 때문이다. 특히 황 대표는 상무직에서 전무를 건너뛰고 대표로 고속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한투파트너스가 바이오 투자에 전향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한투파트너스의 역대 바이오 부문 투자 수익률은 185%를 기록 중이다.

한투파트너스가 2018년 투자한 백신 기업 진매트릭스(109820)는 코로나 관련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황 대표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백신은 성공 가능성이 낮고 수익이 적어 투자를 꺼리는 분야"라면서 "리스크(위험)가 높다고 무조건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수준이라도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한 덕에 기회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황 대표와의 일문일답.

8일 황만순 한투파트너스 대표가 조선비즈와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취임을 축하한다. 한투파트너스가 속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대표가 오랜 기간 임기를 이어가기로 유명하다. 백여현 전 한투파트너스 대표나 유상호 전 한국투자증권 대표도 10년 이상 대표직을 맡았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김남구 회장이 일을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그가 '한 사람의 생각을 성과로 옮기는 것에는 물리적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는 것을 옆에서 들은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해외 진출한지 5년 됐으면, '그러면 좀 더 해봐야겠네? 너네 잘하니까 더 해봐'라고 말하는 분이다. 오너 눈치를 보느라 3개월마다 성과를 내야 해서 단기 수익을 노린 투자를 하느라 제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어려운 투자사들도 있다. 우리는 그룹 내에서 성과를 기다려주기 때문에 장기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유리하다."

당신의 전문 투자 분야는 바이오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재미있게도 한투파트너스는 코로나 사태 이전 코로나 백신 개발기업 아스트라제네카와 관련 있는 국내외 바이오 기업에 투자했다. 2018년 12월 진매트릭스의 신사업을 도우려 100억원을 투자했다. 진매트릭스에 70억원, 진매트릭스가 투자한 영국 백신 기업 벡스텍에 30억원을 투자하는 식이었다. 진매트릭스가 벡스텍에 다시 60억원을 투자했으니 총 90억원을 벡스텍에 투자한 셈이다. 한투파트너스가 벡스텍 이사회에도 참여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 백신 기술을 연구해서 아스트라제네카에 원천 기술을 제공하게 됐다."

성과가 어떠한가.
"진매트릭스 주가가 3000원대에서 3만원대까지 올랐었다. 구체적인 수익률을 밝히긴 어렵지만 몇 배 수준으로 수익을 달성한 상태다. 아직 모든 지분을 회수하지 않았다. 좀더 지켜보려 한다."

한투파트너스는 백신 기업 중에서는 현재 진매트릭스와 벡스텍 이외에도 나스닥 상장사 이노비오, 영국 비상장사 프로카리움, 코스닥 상장사 아이진에 투자하고 있다.

어떻게 미래를 내다봤나.
"미래를 내다본 것이 아니다. 사회경제적 변화가 생길 텐데 예측할 수 없으니 큰 비중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을 해놔야 한다. 오래 기다리는 것이 힘들어도 할 수 없다. 이전에는 산업 주기가 일정해서 돈을 버는 방법이 정해져 있었다. 보통 8년 주기로 원자재, 주식, 채권 가격과 환율이 오르 내리는 흐름이 있었다. 오르는 흐름을 타면 돈을 벌기 쉬웠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런 주기가 모두 깨져버렸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분기별로도 생긴다. 그래서 백신처럼 당장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은 종목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놓아야 한다."

현재 한투파트너스의 바이오 투자 비중은 전체의 30~35%를 차지한다. 국내 평균 30%와 미국 평균 20~25%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란다. 황 대표는 "바이오 기업이 주목받는다고 해서 포트폴리오 비중을 무조건 높이진 않는다"면서 "비중은 유지하되 세부적인 투자 종목을 바꿔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VC 업계에서 백신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 같다.
"백신은 10년을 내다봐야 하고 판매 가격도 국가에서 정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도 치료제와 진단키트 위주로 투자해왔지만 차차 백신 기업 투자 비중을 높여나가려 한다. 치료제 중에서도 암처럼 보편적인 영역을 주로 봤다면 이젠 좀더 난이도가 높은 뇌질환 쪽을 본다. 미국 바이오 투자 동향도 비슷한데, 신산업일수록 미래가치가 더 높으니 그리로 옮겨가는 것이다."

백신 임상 3상 통과는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다. 어떻게 백신 기업의 옥석을 가리나.
"카카오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만 플랫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바이오 기업도 플랫폼이 중요하다. 예컨대 아스트라제네카는 원숭이 독감 바이러스 백신 플랫폼이 있다. 내부 구성을 바꾸면 자궁경부암 백신, 코로나 백신 등을 만들 수 있다. 또 실험 결과에 대한 로데이터를 꼼꼼히 따진다."

VC는 주로 비상장사에 투자하지만, 상장사로 따져도 올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코로나 관련 기업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벤트성 실적으로 끝나면 어떡하나.
"많이들 코로나가 지나면 진단키트 등의 수요도 끝나리라 생각한다. 원론적으로 생각하면 실적은 꺾일 수밖에 없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이들 기업이 코로나로 벌어둔 수익으로 어떻게 신사업을 구상할지 전략을 눈여겨보는 것이다. 그 방향성이 각 회사의 주가를 줄 세우는 기준이 될 거다. 두 번째는 각 회사가 개척한 해외 유통 경로를 활용하면 코로나 관련 기업의 향후 전망도 긍정적으로 본다. 과거 국내 제약회사들이 '보따리 장사'하면서 팔던 진단키트들을 외교부나 대사관과 같은 공식 루트로 팔게 된 덕분이다."

현재 눈여겨보는 기업은.
"우리는 상장사 포트폴리오도 많다. 비상장사가 상장했는데 성장 잠재력이 남아 있다고 보고 지분을 아직 회수하지 않은 경우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 티움바이오, SCM생명과학,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비비씨주식회사, 지놈앤컴퍼니, 엔젠바이오가 이에 해당한다. 티엔알비이오팹, 큐리언트(115180)등은 메자닌에 투자한 경우다."

앞으로 계획은. 해외 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지원한다고 들었다.
"벨기에 회사 PDC라인의 코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로 1년 정도 늦어졌는데 내년 정도에는 완료될 것 같다. 영국 프로카리움도 국내 상장을 고민하는 단계다. 나스닥 상장사 이노비움은 코스닥시장에 듀얼리스팅(두 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은 규모가 작은데 해외 기업이 오려고 할까.
"코스닥 시장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시장이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신규 사업에 대해 개방적이다. 쓸데 없이 나스닥 시장에 가지 마라. 물론 기업가치가 2~3조가 되면 가도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나스닥 시장에 상장해도 거래량이 형편없다. 유로넥스트(프랑스 파리·네덜란드 암스테르담·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3개국의 통합증시), 런던증권거래소 모두 똑같다. 코스닥 시장은 우선 거래량이 골고루 높다. 또 한투파트너스 차원에서도 해외 바이오 기업이 한국에 들어오면 빅(big) 5 대학병원 등 유통경로를 연결해주고 국내 임상실험을 지원해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