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그룹이 소형 인공위성 기업 쎄트렉아이(099320)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쎄트렉아이는 1999년 인공위성연구센터 출신 연구원이 창업한 코스닥 상장사다. 이번 인수 검토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우주항공사업 부문 강화 계획의 일환으로 보인다.

복수의 한화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쎄트렉아이 인수를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인수 주체는 한화그룹 내 방산 계열사 중 한 곳"이라면서 "현재 극비로 진행되는 사항으로 아직 인수 검토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로는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가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쎄트렉아이는 위성 본체, 전자광학 탑재체, 지상체 등 위성시스템의 핵심 구성품을 직접 만드는 소형 인공위성 전문업체다. 국내에서 위성시스템을 자체 제작하는 곳은 쎄트렉아이를 포함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카이스트 세 곳인데, 이중 민간업체는 쎄트렉아이가 유일하다.

우주항공산업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인공위성은 ▲군사용·지상관측용 ▲우주관측용 ▲통신용 목적으로 활용 가능하다"면서 "시장에서는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통신용 인공위성의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인수는 한화그룹 차원에서 항공우주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그룹과 진행한 빅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구 삼성테크윈)를 세우면서 항공우주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2018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한화 아래 항공 전담 지주회사 격으로 전환하고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등을 자회사로 뒀다. 이중 ㈜한화에서 고체 연료 발사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위성체, 한화시스템에선 위성서비스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민간·상업용 우주발사체의 고체 연료 사용을 허가하도록 한·미 미사일 지침이 개정되면서 사업 확장에 더욱 탄력을 받았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항공우주 등 신규 사업에서도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쎄트렉아이 로고.

투자 확대의 일환으로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말 미국의 전자식 빔 조향 안테나(ESA) 기술 기업인 카이메타(Kymeta)에 3000만 달러(약 330억원)를 투자해 상호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해 6월엔 영국의 위성 안테나 기술 벤처기업 페이저솔루션을 인수해 한화페이저를 설립하기도 했다.

쎄트렉아이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우리의 경쟁사로 생각하는 곳으로 인수합병 제안은 아직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