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가 낮추지도, 용량 늘리지도 않아
롯데 음료 부진 만회 위한 꼼수 지적도
1위 참이슬은 16.9도 유지…"도수 낮출 계획 없어"

국내 2위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 도수가 1년만에 0.4도 낮아졌다. 이를 통해 롯데칠성음료가 올해 10억원에 가까운 원가 절감 이익을 볼 것으로 나타났다.

소주는 주정(酒精)을 물에 섞어 만드는데 도수가 내려가면 주정값을 크게 아낄 수 있다. 주정값을 낮춘 만큼 소비자를 위해 출고가를 인하하거나 용량을 늘려야 하는데 이익만 챙긴다는 지적이다.

12일 롯데칠성음료는 순한 소주 트렌드에 발 맞춰 처음처럼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낮춘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소주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값 0.6원을 아낄 수 있다. 처음처럼이 0.4도 내려가며 1병당 주정값 2.4원이 절감되는 셈이다. 처음처럼의 2019년 판매량 4억693만1200병을 기준으로 첨가물 등을 제외하고 단순 계산하면 약 9억7663만원 이익이 늘어난 효과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9년 국내 희석 소주는 총 91만5596kl(1kl=1000l) 출고됐다. 소주 한 병 기준인 360ml로 나누면 약 25억4332만병이 출고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처음처럼 시장 점유율은 16%로 약 4억693만1200병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처음처럼은 2014년 초 기존 19도에서 1도 낮춘 18도로 출시됐다. 그해 11월 18도를 17.5도로 0.5도 낮췄다. 2014년 한 해에만 1.5도를 낮춰 당시 판매량 기준 약 57억원을 절감했다. 매년 절감 효과를 보다가 2018년 17.5도에서 0.5도 낮춘 17도 소주를 생산했고 19억원을 아꼈다. 2019년 11월 17도에서 16.9도로 낮춰 출고량 기준 2억4415만원을 아꼈고, 올해부터는 10억원에 가까운 절감 효과를 보게 되는 셈이다.

업계 1위 참이슬(하이트진로(000080))은 지난해 5월 기존 17도 소주를 16.9도로 낮춘 이후 아직까지 소주 도수를 인하하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처럼이 먼저 도수를 낮춘 만큼 참이슬도 이에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수를 낮출수록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기 때문이다.

참이슬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소주 도수를 19도에서 16.9도로 2.1도 낮췄고 이 과정에서 약 6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아직 참이슬 도수를 낮출 계획은 없다"고 했다. 순한 소주 진로가 있는데 굳이 참이슬 도수를 낮출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래픽=이민경

그러나 이익이 늘어난 만큼 출고가를 낮추거나 용량을 늘려야 하는데 소비자에게 원가 절감 효과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해양조는 2014년 소주 도수를 19도에서 17.5도로 낮추며 용량을 360ml에서 375ml로 늘린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출고가를 인하하거나 용량을 늘리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실적 부진을 소주 원가 절감으로 만회하는 ‘꼼수’라는 의견도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작년(1~9월) 연결 기준 매출 1조7506억원, 영업이익 939억원을 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8.3%, 18.1% 감소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스포츠 행사와 모임 등이 취소돼 음료 부문이 타격을 입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기업은 원가가 오르면 가격을 인상하곤 했다"며 "원가가 인하됐으면 가격을 낮추거나 가격 인하가 어려우면 (용량 등) 달라지는 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