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전시회 등이 막히면서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던 국내 방산업계가 올해 증액된 국방 예산을 바탕으로 수주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방예산은 52조840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5.4%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에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은 국방비는 연평균 7% 이상 증가해 4년 만에 12조원이 더 늘었다. 무기 신규 도입 등에 투입되는 방위력 개선비는 전년보다 1.9% 증가한 16조9994억원을 기록했다.

조선DB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방위력 개선비 분야에서 국외도입사업비는 줄어든 반면 국내 방산업체들의 주력 사업 분야 관련 예산이 늘어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각종 무기 체계 획득 및 보강 등 전력 증강에 직접 투입되는 비용인 방위력 개선비 증가는 곧 방산업체들의 일감 확보를 뜻한다.

방위력개선비 가운데 무기체계별 예산을 보면 항공기 관련 예산이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대부분 국외도입사업 예산이 해당한다. F-35A 도입(록히드마틴) 예산이 3000억원 가량 줄었고, 해상초계기-II 도입 사업(보잉)도 약 2700억원 감소했다.

반면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079550)이 주도하는 전술정보통신체계 사업 부문은 지난해 대비 예산이 크게 증가했다. ▲백두체계능력보강 2차(R&D) (617억원) ▲군위성통신체계-Ⅱ(469억원) ▲연합군사정보처리체계(MIMS-C) 성능개량(R&D) (211억원) ▲원거리탐지용 음향센서(127억1900만원 신규편성) 등 총 1799억원 규모가 증액됐다. 이외에도 K2전차·장애물개척전차(현대로템(064350)), GPS 유도폭탄(LIG넥스원) 등도 해당 부문 예산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국방예산 증가에 따라 국내 방산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0억원 이상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지난해 예산과 비교해 봤을 때 올해 주요 방산기업들에 할당될 예산은 지난해보다 1000억원에서 36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체계종합업체로 참여하느냐 부품 업체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실제 예산액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2020년 예상 매출과 비교할 때 5~18%가량 매출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한화시스템이 MADEX 2019에서 전시한 ‘KDDX 통합마스트(IMAST)’의 모형.

국방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국방예산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만큼 국내 방산업체의 수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향후 5년간 300조7000억원을 배분할 계획이다. 첨단전력 증강을 위한 방위력 개선비에 100조1000억원(33.3%)을, 부대 운영을 위한 전력운영비에 200조6000억원(66.7%)을 투입한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외 수주길이 막히자 국내 방산업계는 4분기 국내 수주를 중심으로 신규수주를 크게 늘렸다. 방산업체는 거래 특성상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하기에 글로벌 전시회가 대표적인 홍보 통로로 작용한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전시회가 취소됐고, 대체수단인 화상 상담은 한계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LIG넥스원·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047810)(KAI)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가 한 달동안 밝힌 계약 규모는 3조원이 넘는다. 업계 특성상 보통 연말에 수주가 몰린다는 점을 고려해도 KAI(약 9500억원)를 제외하면 모두 국내발(發) 수주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글로벌 전시회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다른 나라 정부 관계자와 만나 가격을 조율해 계약을 진행하는데,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전시회가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영업활동에 차질을 빚었다"면서 "이에 우리나라 정부의 신규 수주에 집중하거나 기존 일감을 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주요 방산기업은 증가한 국방예산에 따른 수혜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지난해 마무리하지 못한 해외 수주 계약을 매듭지을 수 있어 올해 실적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