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마곡 사이언스파크에 오프라인 전시관 마련
일상에 스며든 OLED…투명한 디스플레이
기존보다 발광효율 20% 향상…"OLED 대세화"

"현존하는 최고 화질의 디스플레이가 새로운 일상 곳곳에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 LG디스플레이 1층. 원래대로라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어야 할 CES 2021 전시관이 이곳에 마련됐다. 11일(현지시각) 개막하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54년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개최된 데 따른 것이다.

침대와 55인치 투명 OLED를 결합한 ‘스마트 베드’.

직접 눈으로 봐야 하는 ‘경험’이 가장 중요한 디스플레이 기술 회사로서는 온라인 개최가 마뜩잖다. 기껏 CES를 위해 준비한 차세대 기술을 관람객들이 직접 보지 못하고, 화질이 떨어지는 작은 PC 모니터로 볼 수밖에 없어서다. 건물 1층에 전시관을 만든 이유다. 직접 보는 것이 최고의 경험이라는 것이다.

올해 LG디스플레이 CES 전략은 ‘비대면 시대의 디스플레이’다. 코로나19로 사회 전 분야가 거리를 두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일상은 기존과는 전혀 다를 것이고, 이런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디스플레이의 역할은 분명하다는 게 LG디스플레이 생각이다. 전통적인 집이 가진 ‘생활’의 개념이 자고, 쉬는 일에 국한돼 있었다면 새로운 집의 모습은 일하고, 공부하며, 운동까지 그 영역이 넓어진다.

전시관에 들어섰다. 202X년 어느 날, 김미래씨의 일상이 시작된다. 미래씨의 잠을 깨우는 건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표시된 오늘의 뉴스와 날씨 등 각종 정보다. 디스플레이에선 미래씨의 생체 리듬에 딱 맞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선이 가는 뉴스 한 토막을 리모컨으로 클릭하자, 다리 밑의 디스플레이가 ‘스르륵’ 올라온다.

지하철 유리창에 장착된 투명 OLED 노선도. 실제 중국 심천 지하철 등에서 운영 중이다.

아침 스트레칭을 위해 선 요가 매트 위에서, 미래씨는 다시 리모컨을 눌렀다. 벽에 설치된 레일 위로 디스플레이가 나타난다. 디스플레이 속 인공지능 헬스 트레이너는 오늘의 운동과 식단을 표시한다. 카메라로 촬영한 미래씨의 운동 동작을 헬스 트레이너가 지적한다.

미래씨는 서재로 몸을 옮겼다. 동료들이 회의를 위해 온라인 공간에 모여있다. 모니터 너머로 미래씨를 기다리던 팀원 한 명은 회사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서 오늘 회의 내용을 정리해 회의 참가자에 각각 보낸다.

미래씨의 8살 아이는 자기방 책상 위에서 공부 중이다. 작은 노트 모양의 폴더블 태블릿이다. 익숙하다는둣 액티브 펜으로 숙제를 해가던 아이는 책상을 돌렸다. 책상의 밑면은 또 다른 디스플레이다. 태블릿에 표시한 내용을 선생님과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디스플레이의 옆에는 ‘눈에 안전한 인증’ 마크가 붙어 있다.

미래씨는 지하철을 타고 점심 약속 장소로 향했다. 투명한 유리창 위에 노선도와 지역 정보가 들어온다. 내려야 할 곳을 적당히 안내받은 미래씨는 약속한 스시바로 향한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가림막이 다 설치돼 있다. 비말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요리사와 미래씨 사이에도 투명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드시고 싶은 것을 주문하면 됩니다"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투명 가림막 위해 메뉴판 등이 떠오른다.

이처럼 가까운 미래에는 사람의 일상 곳곳에 ‘디스플레이’가 존재할 것이라는 게 LG디스플레이의 설명이다. 회사는 이렇게 변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더욱 편리한 삶을 연결하는 것이 디스플레이의 역할이라고도 강조했다.

핵심 기술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다. 고화질인 것은 물론이고, 형태 가공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휘어진 화면을 만들 수도 있고, 심지어 둘둘 말리기까지 한다. 소자 하나하나가 빛을 내기 때문에 투명화도 가능하다. 기존 액정표시장치(LCD)가 최대 18%의 투명화를 가진다면 투명 OLED의 경우 투명도를 40%까지 늘렸다. 회사 관계자는 "그냥 흉내만 내는 수준이 아니고, 진짜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라고 했다.

OLED의 화질은 88인치 8K CSO(시네마틱 사운드 OLED)를 통해 극대화됐다. 영상 속 세세한 부분까지 명확하게 표현되는 이른바 ‘디스플레이의 끝판왕’이다. 소리는 스피커 대신 A4 용지보다 조금 더 작고, 0.6㎜의 두께를 가진 오디오 필름이 낸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광학 필름이 소리를 차단하는 LCD로는 이 기술을 구현할 수 없다"며 "OLED만이 유일한 솔루션이다"라고 강조했다.

새 소자가 적용돼 기존보다 발광효과가 20% 개선된 88인치 8K OLED CSO TV 패널.

여기에 LG디스플레이는 기존의 유기발광 소자의 재료를 고효율 물질로 개선하고, 실제 빛을 내는 발광 레이어(층)를 한 개 더 추가했다. 이를 통해 기존 OLED보다 발광 효율을 20% 더 높였다. 발광효율이 높아지면 휘도가 좋아져 더욱 선명한 색상의 화질을 감상할 수 있다. 올해 생산하는 OLED는 모두 새 기술이 들어간다.

회사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패널은 3300만대의 픽셀이 내는 빛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제어하는 ‘픽셀 디밍’으로 무한대의 명암비를 구현,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표현한다"며 "이는 미니LED TV 등 최근 프리미엄 LCD TV가 2500개 안팎의 로컬 디밍으로 명암비 개선에 한계가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다"라고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OLED 크기를 기존 88·65·55·48인치 외에도 83인치와 42인치까지 늘린다. 또 20~30인치까지 OLED 제품군을 확장한다. 여기엔 TV 뿐 아니라 게이밍, 모빌리티, 개인용 디스플레이까지 포함한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

LG디스플레이는 전 세계에서 TV용 OLED 패널을 만드는 유일한 회사다. 2013년 첫 출하량은 20만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50만대로 늘었고, 올해는 700만~800만대가 예상된다.

윤수영 CTO는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바뀌고 있는 이때, 사람들은 조금 더 좋은 화질의 이미지를 보길 원하고, 물리적인 디스플레이 시청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고화질인 데다 눈의 안전까지 생각한 OLED는 최고의 솔루션으로, LG디스플레이는 사람 중심의 제품을 계속해 개발해 OLED 대세화를 위해 힘쓸 생각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