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한다고 당장 전기로로 바꾸라면서, 전기료를 인상하겠다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철강업계는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탄소 저감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인데, 전기료 상승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산업을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려는 ‘제조업 르네상스 2.0’ 추진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정부는 철강산업의 탄소 배출 절감 방안으로 수소환원제철 공법 전환과 전기로 제강을 제시했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석탄 대신 수소를 이용해 만드는 저탄소 철강은 수소의 단가가 석탄의 4배에 달하는 만큼 경제성이 떨어진다. 결국 연구 개발을 통해 단가를 낮춰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게다가 기존 고로(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공정 전체를 바꿔야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전기로 제강을 늘리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전기로 열을 발생 시켜 폐철(철스크랩)을 녹여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인 전기로 제강은 코크스(석탄을 가공해 만드는 연료)를 쓰지 않기에 고로 방식보다 탄소 배출량이 훨씬 적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수소 환원 방식의 전기로로 전환하려면 약 110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철강업계는 "탄소 배출 절감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정부의 기조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국내 기업 중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포스코가 지난달 ‘넷제로(탄소중립)’를 선언하며 공식적으로 동참의 뜻을 밝혔지만, 안팎에서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가 전기요금에 원가 변동을 연계하고, 기후환경 비용을 별도 분리해 고지하는 내용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시행하면서 철강업계에서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전기로를 주로 사용하는 동국제강의 경우 지난 2019년에 전력비로 2463억원을 썼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1337억원)의 약 두 배 규모다.

한번 생산된 철은 전기로를 통해 생산, 소비, 회수, 재생산의 순환과정을 40여 차례 이상 반복한다고 한다. 사실상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맥락이 같지만, 철강업계에서는 수익성 등을 이유로 전기로 운영을 속속 중단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지만, 기업이 모든 부담을 감내하기는 버겁다. 기업이 비용절감을 위해 연구개발을 하는 것처럼, 정부도 당장 공정 방식을 바꾸라고 채찍질하기보다는 친환경 전환을 순조롭게 할 실질적인 지원책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