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③ TV
코로나19에 억눌린 TV 수요 폭발
삼성전자·LG전자, 글로벌 매출 절반
미니LED TV 출시…올해 1300만대 예상
LG 롤러블 OLED-삼성 마이크로LED TV 대결
美, "안보 위협" 中 TCL 제재 가능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 위축됐던 글로벌 TV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펜트업(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는·Pent-up)’ 효과로 호황을 누렸다.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등 국내 기업은 글로벌 점유율 절반(매출 기준)을 차지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LG전자 롤러블 TV ‘시그니처 올레드 R’.

새해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선두 자리를 더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키워드로는 미니LED(발광다이오드) TV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마이크로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이 꼽힌다. 미니LED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가는 과도기적 제품으로, 프리미엄 TV는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우리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한 무기로도 여겨진다.

중국 업체들 중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TCL이지만, 최근 미국 제재가 임박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 나오고 있다. TV에 장착된 네트워크 장치·반도체 등이 개인정보 유출에 심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게 미 당국의 판단이다. 한때 출하량 기준으로 LG전자를 밀어내고 글로벌 2위 자리에 올랐던 TCL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위축된 데 이어, 올해는 매출의 3분의 1 이상인 미국 시장을 잃을 위기다. 삼성전자·LG전자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 호황 누린 TV 시장… 올해는 미니LED TV 신제품으로 격돌

지난해 도쿄올림픽, 유로 2020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효과로 호황이 예상됐던 글로벌 TV 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된서리를 맞았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셧다운(일시 중단) 조치를 취하면서 판매를 도맡아 온 대형 오프라인 매장 등이 폐쇄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TV 시장을 보면 전년보다 출하량은 7.7%, 매출은 17.8% 위축됐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반전이 일어났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됐으나, TV 제조사들이 온라인 유통으로 눈을 돌렸고, 펜트업 효과가 맞물리면서 반등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6287만대로, 역대 3분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7% 증가한 것으로, 애초 전망치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3분기 매출액은 281억5300만달러(약 30조6304억원)로 전년보다 11.8% 성장했다.

그래픽=이민경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삼성전자의 매출액 기준 지난해 3분기 점유율은 33.1%로 최고 기록을 세웠고, LG전자도 점유율 16.6%를 기록해 소니(10.1%)와 TCL(7.3%)을 제쳤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 세계 매출 점유율은 49.7%로 절반에 육박한다. 지난해 4분기는 북미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35.3%(삼성전자 23.6%·LG전자 11.6%)로, 중국산 33.8%을 1.5%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전분기 중국산(38%)이 한국산(28.8%)를 앞선 것과 대조를 이뤘다.

여전히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 전망은 오리무중이나, 업계는 미니LED TV 등으로 활로를 찾으려고 한다. 미니LED TV는 기존 LCD(액정표시장치) TV의 백라이트로 기존 LED보다 크기가 10분의 1 수준으로 작은 LED를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같은 면적에 LED가 더 촘촘히 들어가기 때문에 더 밝고, 선명한 화질을 낸다.

LG전자의 미니LED TV인 QNED.

삼성전자는 미니LED TV를 QLED(QD-LCD) 제품군의 최상급으로 설정하고, 프리미엄 전략을 적용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미니LED TV를 프리미엄 제품군인 OLED 하위에 넣지만, LCD TV로서는 최고 진보한 기술임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TCL과 BOE도 이 시장에 참전, 올해 미니LED TV 시장은 13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640만대였던 것과 비교해 두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 LG, ‘둘둘 말리는 TV’로 OLED 가속…삼성은 ‘억소리’ 나는 마이크로LED TV 선봬

미니LED 외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 TV 등도 본격적으로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354만대(추정)였던 OLED TV 시장은 내년이면 670만대로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LG전자의 독무대다. 지난해 19개 업체, 올해 20개 업체가 각각 OLED TV를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LG전자의 점유율은 57.2% 수준이다. 게다가 현재 TV용 OLED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는 LG디스플레이 뿐이어서 그룹 내 시너지도 상당하다.

그래픽=이민경

LG전자는 OLED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림에 따라 롤러블(둘둘 마는 형태의) TV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65인치 롤러블 OLED TV(시그니처 올레드 R)를 선보였으며, 향후 다양한 크기의 롤러블 TV가 출시할 예정이다. OLED TV는 소자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발산하는 OLED 패널을 채용해 백라이트가 필요없다. 덕분에 돌돌 말거나, 휘어지게 하는 등 다양한 폼팩터(형태)의 TV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 TV로 대응한다. 최근 1억7000만원짜리 110인치 마이크로LED TV를 공개하고, 사전예약을 진행 중이다. 본격 출고는 3월 이후다. 마이크로LED는 미니LED보다 훨씬 작은 크기(100㎛·마이크로미터)의 LED를 사용한 TV다.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백라이트가 필요없고, OLED와 같은 유기화합물 소자도 아니어서 번인(잔상·Burn-in) 현상도 적다. 내구성이 높은 것이다. 해상도나 패널·베젤 두께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TV의 사전예약을 오는 30일부터 한 달 간 진행한다고 밝혔다.

진정한 QLED로 불리는 QD-LED의 올해 양산도 관건이다. OLED TV 시장 성장을 미니LED와 마이크로LED로 받아내야 하는 삼성전자는 OLED의 반대 개념인 QD-LED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시범 생산을 거쳐, 노트북용 QD-LED를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 진척 속도에 따라 TV용 QD-LED를 볼 날도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 미국의 중국 TCL 제재 임박… 삼성전자·LG전자에는 호재로

미국 국토안보부는 최근 중국 TCL이 생산한 TV에 백도어가 설치돼 개인 정보를 유출할 가능성이 크다며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TCL은 연간 2000만대를 생산하는 TV 제조사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포함하면 출하량 기준 LG전자에 앞선 글로벌 2위 기업이다. 미국과 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매년 15% 성장을 거두고 있다. 미니LED·마이크로LED TV 개발을 위해 중국 마오자궈지(Maojia International)를 인수하기도 했다.

TCL S6500 시리즈.

미국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TCL은 지난 2019년 기준 전체 매출의 37%를 차지한 미국 시장을 눈뜨고 잃게 된다. 반대로 우리 기업은 TCL과 경쟁 중인 중가 제품군에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TCL의 가격대별 매출 비중은 400~750달러 중가제품이 28%, 300달러 이하 저가제품이 67%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TCL이 제재 대상에 오를 경우 미국 기업과 거래 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며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TCL의 최대 판매국인 미국에서의 판매 차질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노 연구원은 "중가제품군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