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에 가구업계 때아닌 '호황'
접히는 소파·서랍 달린 침대...기능성˙홈오피스 가구 인기
한샘 이익 코로나前보다 두 배 늘어...비대면 판매 강화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죠. 넓은 공간을 사용하고 싶어졌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집콕’ 생활이 일상화하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늘고 있다. 상당수의 유통업체는 코로나 장기화로 타격을 받았지만, 가구업계는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6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납가구나 편의성을 높인 소파 등의 인기가 높아졌다. 재택근무나 학업, 취미생활 등 다양한 활동을 집안에서 하면서 가구를 재배치하고 동선을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제품군이 옷장이나 책장 같은 수납가구다. 이는 한샘(009240)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한샘몰’에서 지난해 매출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제품군이다.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제품은 출시 이후 200만개가 팔린 ‘샘책장’이고, 판매량 3위는 의류 수납가구인 ‘샘베딩 스테디 옷장’이 차지했다. 옷장 수납 가구의 매출은 2019년보다 85% 늘었는데, 샘베딩 스테디 옷장의 판매량은 1년 전보다 41% 증가했다. 이같은 가구 수요에 힘입어 한샘의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직전해보다 각각 25.4%, 236.4% 증가했다.

공간 활용에 특화한 가구도 인기다. 침대 아래에 서랍이 내장된 한샘의 ‘아임빅 수납침대’는 지난해 한샘몰 가구 부문의 매출 2위, 침대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침대 양쪽 하단에 속옷과 양말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인출식 대서랍 3개와 부피가 큰 가방이나 이불을 보관할 수 있는 벙커형 서랍 2개가 달렸다.

수납형 침대인 ‘아임빅 수납침대’를 배치한 침실 모습.

한샘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안을 정돈하고 깔끔하게 꾸밀 수 있는 수납 가구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늘었다"면서 "드레스룸을 꾸밀 때도 서랍이 포함된 옷장, 의류 종류에 크기를 맞춘 옷장, 스타일러를 수납할 수 있는 가구 등 모듈(조립이 가능한 형태)형 가구를 조합해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가구를 쌓거나 펼쳐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용도에 따라 테이블이나 다리받침대를 펼치거나, 접어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특히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등받이와 발받침의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는 의자인 리클라이너가 소파 대용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소파를 둘 만큼 집안 공간이 넉넉하지 않지만, 바닥이나 불편한 책상 의자 대신 편하게 기대 쉴 수 있는 제품을 원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가구 브랜드 까사미아에 따르면 지난해 소파 부문 매출은 1년 전보다 약 141% 증가했다. 특히 인기를 끈 제품은 프리미엄 모듈형 소파인 ‘캄포 시리즈’다. 소파 제품군 판매량의 30%를 차지한 이 제품의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283%(전년 동기대비) 늘었다.

다양하게 조합하고 배치할 수 있는 소파인 까사미아 캄포 클래식을 활용한 거실 인테리어.

까사미아 관계자는 "거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3·4인 가구의 경우 소파 제품, 1인 등 소가구에는 리클라이너 수요가 늘었다"면서 "소파 제품은 코너형이나 오토만(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소파 구성) 등 여러 유닛(가구 단위) 중에서 원하는 유닛을 골라 조합하거나, 머리 부분이 경사면으로 디자인돼 침대처럼 사용할 수 있는 소파나 펼치면 침대가 되는 소파베드 등 기능성 소파의 매출이 증가세"라고 말했다.

가구업체들은 이같은 수요에 맞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달 집콕 추세를 반영한 소파 신제품인 ‘그란디오소M’ 시리즈를 출시했다. 가구나 인테리어 브랜드들이 봄 이사철과 신학기가 맞물린 2~3월에 신제품을 내놓는 점을 고려하면, 출시 일정을 여느 때보다 앞당긴 행보다.

현대리바트(079430)관계자는 "실내 활동이 늘면서 가구 매출이 전반적으로 늘었는데 특히 소파, 침대 같은 리빙가구 판매량이 증가했다"면서 "집에 오랜 시간 머무는 사용자를 위해 방석과 카우치(몸을 비스듬히 기대어 쓸 수 있는 긴 형태의 의자) 크기를 키운 소파 제품을 새로 출시하는 등 고객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리바트의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직전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7%, 29.2% 늘었다. 이 회사는 온라인 쇼핑몰인 ‘리바트몰’을 새단장 해 비대면 판매 채널을 강화했다. 가상현실(VR) 등 첨단 정보통신(IT)기술을 적용해 쇼핑 편의성을 높이고 회원등급제도 도입했다.

기능성 책상 가구인 ‘프레데(왼쪽)’와 화분스탠드 ‘삿수마스’.

이케아는 다목적 가구의 판매가 늘었다고 밝혔다. 책상 제품인 ‘프레데’는 양쪽 끝에 컵홀더가 달려 있어 음료나 과자 등을 올려둘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옆면에 작은 선반을 추가해 사무용품 등을 보관할 수 있다. 화분받침으로 출시된 ‘삿수마스’는 층을 달리한 선반으로 디자인을 부각하고, 화분 대신 커피잔이나 책 등을 올려두는 보조테이블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케아 관계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리에 필요한 수납 가구뿐만 아니라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고 책상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테이블 같은 홈오피스용 가구 매출이 특히 늘어난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