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이어 바이드 정권서도 줄소송 직면한 구글·페이스북
마켓워치 "캘리포니아서도 우버 규제 앞두고 결국 무효화"
WSJ "코로나로 파탄난 경제, 빅테크 도움 절실… 강력 규제 힘들다"
새 행정부 곳곳에 실리콘밸리 출신, 바이든도 구글에 '정치적 부채'

지난해 내내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인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이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줄소송과 규제에 직면하며 곤욕을 치러온 가운데 올해 역시 빅테크와 미국 정부, 정치권의 대결이 화두다. 다만 현지 매체에서는 미국 정부의 '빅테크 때리기'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 기업들에 타격을 줄만한 규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3일(현지 시각) 마켓워치는 현재진행형인 빅테크와 미 정부, 정치권의 대립을 다루며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와 대표적인 공유경제 기업인 우버와의 소송전에서 결과적으로 우버가 승리한 것은 정부와 빅테크 간 대결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여기에 빅테크 역시 정부 규제를 폐지하거나 방해하려는 각종 소송전,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우버, 리프트, 도어대시 등 공유경제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운전기사들을 다시 독립사업자로 분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수년간 미국의 대형 IT 기업들은 반독점법 위반, 사생활 정보 침해, 가짜뉴스 방치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IT ‘공룡’을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빅테크를 향한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미국 10개 주 법무부는 구글을 상대로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고, 페이스북 역시 연방정부와 40여개 주정부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인수하며 경쟁 기업을 제거했다며 피소 당한 상태다.

하지만 현지 매체에서는 이같은 소송전에서 정부의 주장이 그대로 관철돼 빅테크가 굴복하게 될 가능성은 낮게 보는 분위기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캘리포니아주에서 진행된 우버, 리프트 등 공유 경제 기업과 주 정부의 노동법 관련 소송에서 결과적으로 빅테크가 상징적인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우버 리프트 등의 앱을 통해 돈을 버는 운전기사들의 처우 문제가 불거졌다. 샌프란시스코 우버 본사 앞에서는 기사들의 시위가 종종 벌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 시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우버 리프트 노동자들을 보호하자는 법안이 추진됐다. `AB5`라는 법안이 그 주인공. 의회에서 발의된 이 법안은 지난해 9월 통과됐다. 예정대로라면 올해부터 공유경제 회사들은 운전기사들에 대한 고용보험 등의 혜택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사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만 하는 입장이 된 우버와 리프트는 마지막 수단으로 주민발의 법안을 부추켰고, 캘리포니아 주민들을 여론전과 로비를 개시했다.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서는 우버 리프트 기사들을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했고, 법원의 판결 또한 받은 상태라 남은 선택은 주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두 회사는 이메일과 홍보책자 등을 통해 2억 달러 이상의 물량공세를 진행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우버, 리프트, 도어대시 등 공유경제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운전기사들을 다시 독립사업자로 분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9월 우버기사들을 `노동자`로 분류해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킨지 1년여 만에 캘리포니아 주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마켓워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규제를 결과적으로 무효화시킨 빅테크의 저력이 드러났으며 다른 미국의 주들과 각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마켓워치는 "빅테크를 규제하려는 광범위한 노력은 빅테크의 탄생시킨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해 다양한 곳에서 진행 중이지만, 동시에 이같은 규제를 폐지하거나 방해하는 소송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빅테크에 대한 강한 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도 막무가내식으로 빅테크에 칼날을 들이대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으며, 다시 경제 성장과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언택트 산업과 같은 신기술을 활용한 IT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빅테크와의 협력을 필수적이라는 것이 외신의 분석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현재 신산업 육성과 디지털 인프라 개선을 위해 200억달러(약22조원)의 재원을 마련하며 경제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다만 이를 위한 거대 기술기업들과의 협력이 요구된다. 때문에 빅테크에 대한 강경한 대처가 어렵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당선인은 인프라 확충과 코로나19로 파탄난 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도 테크 기업과 긴밀히 협력해야 하기에 빅테크에 대한 강경한 대처가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빅테크와 긴밀한 관계라는 점도 규제가 일정 수준에서 일단락 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린다. 특히 바이든은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구글에 진 빚이 있다.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는 선거 초기부터 자금 모금을 위해 세계적인 자산가 중 하나로 꼽히는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에 상당 부분 의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미트 전 회장도 바이든 당선자를 위해 대규모 모금 활동을 했으며, 현재 바이든 정권의 신기술 산업 태크스포스(TF)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부통령 당선자인 카멀라 해리스는 말그대로 IT 공룡들의 주거지나 다름없는 ‘실리콘밸리’ 출신이다. 오클랜드에서 태어났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방검사를 역임했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시절에도 실리콘밸리를 무대로 활동했고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의 지원을 받았으며, 그의 여동생과 결혼한 토니 웨스트는 현재 우버의 법률고문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