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컴퓨터 비전 기술 접목한 첨단 매장 현실화
아마존 무인매장 카트 벤치마킹한 롯데의 실험 '성공 알고리즘' 되나

롯데마트의 지난달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신장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트 대신 온라인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2시간 이내 배달을 완료하는 '바로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게 '신의 한수'였다.

오프라인 매장도 빠르게 탈바꿈 중이다. 롯데마트는 서울 중계점과 강변점, 수원 광교점, 광주 수완점 등 4곳을 '스마트 스토어'로 리뉴얼했다. 이들 매장에선 '스마트 카트'를 운영 중이다. 카트에 물건을 담으면서 바코드를 찍으면, 카트에 부착된 액정 화면에 구매품목과 가격 정보가 바로 뜬다. 'M쿠폰' 앱에서 지급하는 쿠폰을 바로 적용할 수 있고, 결제도 카트에서 끝낼 수 있다. 네이버 페이나 카카오 페이 등 간편 결제 서비스도 이용이 가능하다. 쇼핑을 마치고 계산대 앞에서 기다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 소비 단계마다 만나는 '피지털 경험'
이처럼 오프라인 공간에 온라인의 편리함을 더한 경험을 '피지털(Physital)'이라고 부른다. 오프라인(물리적) 공간을 의미하는 '피지컬(physical)'과 온라인을 의미하는 '디지털(digital)'의 합성어다. 디지털을 활용해 오프라인 공간에서 경험을 확대한다는 뜻이다.

롯데마트 광교점 벽면에 설치된 스마트스토어에서 제공하는 '피지털' 서비스 소개 홍보물.

키오스크와 전자라벨 도입을 시작으로 인공지능(AI)·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첨단 IT 기술이 유통 현장에 빠르게 적용되면서 피지털 매장이 확대되고 있다. 마케팅 리서치 회사 주피터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까지 AI에 대한 유통기업들의 투자가 73억달러(한화 8조7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알려진다.

피지털 경험은 상품 정보 검색부터, 구입·결제, 픽업·배송 등 소비의 여러 단계에서 이뤄진다. 온라인에서 쇼핑을 할 땐 가격 정보와 유사 상품 검색이 쉬운 반면, 물건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오프라인에선 그 반대다. 내가 구입할 물건에 대해 직접 눈과 손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세부 정보와 타 상품과의 비교가 어렵다. 하지만 상품이나 태그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미국 뉴욕 맨해튼의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2019년 10월 고객들의 쇼핑을 도와주는 다양한 기술을 도입했다. 키오스크가 던지는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해 '내게 어울리는 향수'를 찾게 한다던지, '버추얼 미러'를 통해 메이크업 룩을 가상으로 살펴보고, '립 트라이 온'을 통해 내게 어울리는 립스틱 컬러도 찾을 수 있게 했다.

구입·결제 과정에서 주목 받는 피지털 기술은 '무인 결제'와 '셀프 결제' 시스템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2월 첫 무인 슈퍼마켓 '아마존 고 그로서리'를 열었다. AI와 컴퓨터 비전 기술이 적용된 매장으로, 매장에서 물건을 들고 나오면 아마존에 등록된 계좌에서 자동 결제된다. 아마존은 이를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이라고 부른다.

롯데마트의 스마트 카트.

7월에는 스마트 카트인 '아마존 대쉬 카트(Amazon Dash Cart)'를 선보였다. 대쉬 카트는 컴퓨터 비전과 중량 알고리즘 센서를 활용해 고객들이 카트 안에 넣은 물건을 식별한다. 저스트 워크 아웃처럼 대쉬 카트 전용 출구로 나가면 등록된 카드나 계좌로 결제가 완료된다. 아마존의 AI 기기인 알렉사와도 연동된다. 카트에 QR코드로 접속하면 알렉사에 입력해 둔 쇼핑 목록과 카트에 넣은 품목의 가격을 알 수 있는 화면이 카트 스크린에 뜬다. 카트에 있는 쿠폰 스캐너를 사용해 할인 쿠폰도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사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
픽업과 배송도 피지털화하고 있다. 노드스트롬은 서비스 센터와 유사한 '노드스트롬 로컬'을 운영 중이다. 이 곳에선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픽업하거나 교환·환불, 옷 수선, 쇼핑 상담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온·오프라인 경험을 융합한 보피스(Buy Online Pickup In Store) 서비스라고도 부른다.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 타깃(Target)도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 서비스를 시작한 후 지난해 2분기(4∼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증가한 230억달러(한화 27조원)를 기록했다. 커브사이드 픽업은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한 후 매장 근처 도로에 잠깐 차를 대고 물건을 받아 가는 방식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 방식으로 구매하는 고객이 이전 분기보다 7배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익스프레쓱.

국내 유통사들도 픽업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말 본점 지하 1층에 온라인 주문 상품을 픽업할 수 있는 '익스프레쓱'을 만들었다. 기존에는 쓱닷컴(SSG닷컴)에서 주문하고 개별 백화점 매장에서 상품을 받아갔다면, 이제는 여러 브랜드 상품을 익스프레쓱에서 한꺼번에 비교하고 원하는 상품만 골라서 찾아갈 수 있다. 수선과 환불도 원스톱으로 처리된다.

신세계 픽업 서비스를 강화한 이유는 온라인 고객들의 픽업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쓱닷컴에서 주문한 상품을 신세계백화점에서 찾아가는 픽업 이용 고객은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온라인 매출은 19.8% 늘었다

롯데온도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 등 전국 7400여개 매장에서 온라인 상품을 찾아가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원이 많은 롯데마트 중계점에서는 무인 스마트픽을 제공한다. 냉장 시스템이 적용돼 있어 신선식품도 안심하고 받아갈 수 있다. 롯데백화점 스마트픽 데스크에는 피팅룸이 있어 직접 입어보고 바로 교환할 수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월 평균 스마트픽 이용자는 전년 대비 24.2%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오프라인에 온라인의 기술력을 더하거나, 온라인을 오프라인으로 옮겨옴으로써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빠른 트렌드 변화 속에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빠르게 캐치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