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② 디스플레이
코로나가 불씨 살린 韓 LCD·모바일 OLED 효자노릇 톡톡
패널 부품 수급난 지속… 상반기까진 가격 상승 이어질 전망
LG가 판 키우려던 OLED, 삼성 첫선 보일 QD 향방 관심

중국발(發) 물량공세로 LCD(액정표시장치)에서 차츰 발을 떼 온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2021년 키워드는 다시 LCD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가 새해 벽두부터 LCD TV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미니LED(발광다이오드) TV’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회사에 안정적으로 LCD 패널을 공급해야 하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034220)의 출구전략은 속도가 늦어지게 됐다.

LCD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업 지속이 기업들의 실적호조에는 어느 정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의 구조전환, 시장의 판을 키우는 데는 도전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중국에서는 업계 1위인 BOE와 함께 TCL그룹 계열 CSOT(차이나스타)가 디스플레이 양강업체로 빠르게 부상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 등에 힘입어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도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KIET)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가 빨라지면, 한국은 2021년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점유율 1위를 내줘야할지 모른다"며 "아직 한국만 할 수 있는 폴더블(화면이 접히는), 롤러블(화면이 돌돌 말리는) 디스플레이 등에서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2020년 국가별 디스플레이 산업 점유율에서 한국이 37.3%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2위 중국(36.3%)과의 격차는 1%포인트 차로 좁혀진 상태다.

◇ 미니LED의 부상, OLED 진영에 위협이자 기회

‘CES 2020’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을 맞는 LG디스플레이의 OLED.

TV용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미니LED TV가 화두가 되면서 LG디스플레이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판세 확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올해 삼성·LG가 내놓겠다는 미니LED TV 스펙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프리미엄 시장에서 OLED 시장을 일부 잠식할 수 있다"면서도 "미니LED TV가 기존 LCD TV 대비 가격대가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되레 가격 하락 압박을 받던 OLED TV 인기가 좋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LG에 패널을 받아다가 OLED TV를 내는 제조사는 20개사에 도달했지만, LCD TV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대 때문에 1500달러 이하 시장으로까지 존재감을 뻗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격대를 낮추기 위해서는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더 많은 물량을 만들어내야 가격대를 낮출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OLED TV 진영에서 LG전자, 소니 정도를 제외하고는 의미 있는 물량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대를 낮춰 중국 제조사가 더 적극적으로 OLED TV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어느 시점에 어떻게 추가 투자할지 LG디스플레이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픽=정다운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퀀텀닷)디스플레이를 채택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일단은 2021년 TV 키워드를 미니LED로 잡고, 삼성디스플레이 측에 LCD 생산중단 시점을 뒤로 미룰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LCD생산 중단 시점은 당초 알려진 3월 말에서 11월까지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모바일 OLED 힙입어 韓 디스플레이 수출, 모처럼 늘어날 듯

삼성디스플레이를 선두로 LG디스플레이가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는 모바일 OLED 시장은 수요 증가, 폴더블폰 등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에 힘입어 한국 디스플레이 수출을 견인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173억5600만달러 수준이었던 디스플레이 수출액이 2021년 176억5100만달러로 1.7%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내리막길을 지속해 온 디스플레이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중 129억3400만달러를 OLED가 담당할 것으로 협회는 예상했다. 이는 2020년 추정치(101억9700만달러)보다 27%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김기현 스톤파트너스 이사는 "최근 LCD를 중심으로 대형·중소형 할 것 없이 패널 전반에 구동칩, 유리기판 등의 부품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상반기까지는 패널 가격 상승세로 시장 점유율 유지를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2022년부터는 중국 공세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제는 범용 패널보다는 부가가치가 큰 시장에 한국 업체들이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