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슈퍼카 업체들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개발에 속속 나서고 있다. 슈퍼카 업체들은 그간 수익성 개선과 소비자들 요구에 발맞추기 위해 SUV나 전기 스포츠카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전기 SUV 개발이라는 또 다른 시도에 나선 셈이다.

페라리 프로산게 예상 이미지.

29일(현지시각) 모터1 등 자동차 전문매체에 따르면 페라리는 2024년과 2026년에 전기 SUV를 출시할 방침이다. 코드명은 각각 F244, F245다. 기본 용량 80kWh의 리튬 이온 배터리와 최대 4개의 전기 모터를 탑재해 610마력의 성능을 내는 게 목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내는 2열 중앙 바닥에 구동축 터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4개가 아닌 5개의 좌석이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페라리는 2022년 출시 목표로 브랜드 첫 SUV인 프로산게(Purosangue)를 개발하고 있다. 프로산게는 최대 출력 800마력의 성능을 내는 V12 엔진과 더불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모델도 출시될 전망이다.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700마력이 넘는 성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브랜드 첫 SUV를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델로 출시한 뒤 연이어 순수 전기 SUV 2대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슈퍼카 업체들은 브랜드 정체성 때문에 SUV나 전기차를 내놓는 것을 꺼렸다. 스포츠카를 주력으로 만들던 브랜드가 일종의 ‘짐차’로 여겨지는 SUV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매니아층의 우려가 있었던 데다, 전기차로 전환하면 내연기관이 주는 운전 재미가 반감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때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던 포르셰가 SUV인 카이엔을 출시하고 재기에 성공하면서 슈퍼카 업체들은 앞다퉈 SUV 개발에 뛰어들었다. 람보르기니의 SUV 우르스도 출시 후 람보르기니 전체 판매량의 6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애스턴 마틴은 DBX, 벤틀리는 벤테이가 등을 내놨다.

포르셰 마칸.

전기차 역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면서 슈퍼카 업체들도 전동화 전략을 잇달아 발표하는 추세다. 최근 포르셰는 2025년까지 모든 제품의 50%를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벤틀리도 2026년까지 모든 모델을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로 전환하고 2030년에는 모두 전기차로 바꿀 것이라고 했다.

페라리는 슈퍼카 업체 중에선 SUV 출시도, 전동화 전환도 늦은 편이다. 루이 카밀레리(Louis Camilliri) 페라리 CEO는 수년 전부터 "페라리 모델에서 SUV라는 단어를 듣는 것이 싫다. 브랜드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전동화 전환과 관련해서는 최근까지도 "페라리 전기차 비중이 50%에 달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급진적인 전동화 전환은 당분간 없다는 것이다.

페라리에 앞서 포르셰는 일찌감치 전기 SUV 출시를 선언했다. 포르셰는 최근 출시한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 타이칸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중형 SUV 마칸의 전기차 버전을 2022년에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마칸 전기차의 경우 4륜 구동을 기반으로 최대 700마력을 발휘하는 고성능 모델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