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인사이츠 "팹리스, 올해 1300억달러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성장"
퀄컴·애플·엔비디아 등 美 기업이 점유율 65%... 대만⋅중국 순으로 높아
삼성·SK하이닉스 있는 한국, 팹리스서는 고전… "정부가 적극 육성해야"

글로벌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전문기업)의 매출이 올해 1300억달러(약 141조6600억원)를 기록해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기업은 통상 설계만 하는 팹리스와 생산만 전문적으로 하는 파운드리(foundry), 설계·생산을 함께 하는 종합반도체(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로 나뉜다.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설계한 반도체 칩을 DB하이텍 등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한다. 사진은 DB하이텍 상우공장 내부모습.

현재 한국 팹리스 시장은 중소기업 중심이기 때문에 규모가 미미한 상황이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는 IDM으로 분류돼 있다. 정부는 국내 팹리스도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30일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2010년 635억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팹리스 매출액이 올해 1300억달러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팹리스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32.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 기술 고도화로 설계·생산 영역의 전문화·분화가 빠르게 진행된 것이 팹리스 성장세에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팹리스 시장은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IC인사이츠 집계를 보면, 미국은 팹리스 시장점유율이 65%에 달한다. 대표적인 글로벌 팹리스 기업인 퀄컴, 애플, 엔비디아, AMD 등도 모두 미국 회사다.

IDM에서는 미국(55%)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한국(29%)은 팹리스 시장에서 만큼은 점유율 1%로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다. 오히려 대만(17%), 중국(15%)이 미국의 뒤를 잇고 있다.

그래픽=김란희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컴퓨터 정도에 들어가던 반도체가 모바일·데이터센터 시대로 이어지면서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모바일의 CPU 역할), 데이터센터용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 등 신규시장이 창출되고 있는데 대부분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며 "현재 5조원 규모의 국내 팹리스 시장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대부분 디스플레이·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을 만들고 있으며, 우수인력 확보·기술 투자 등의 어려움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팹리스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미래차·바이오헬스 분야와 함께 ‘빅3’ 혁신사업으로 정하고, 각 분야 글로벌 1위 경쟁력 달성을 목표로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팹리스 시장점유율을 2%대까지 올리고, 2025년 5%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 규제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전기차 등이 본격 확산되는 시기인 만큼 이에 들어가는 AP 등 반도체 응용처가 다양해졌다"면서 "정부는 이와 관련 다품종 소량생산을 할 수 있는 국내 팹리스를 적극 육성해야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