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대규모 부실 사태의 원인이 ‘현행 금융감독 체계 문제’에 있다며 금융감독원 독립을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윤 원장이 과거 사모펀드 사태 원인 중 하나로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원하는 성향’을 꼽은 것인 뒤늦게 금융권에 회자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벌어진 사모펀드 사태에 금감원 직원이 대거 연루됐는데도, 윤 원장이 감독 실패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남 탓’만 하는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원장은 지난 5월28일 서울대 경영대 증권·금융연구소에서 개최한 ‘규제와 한국의 경제 생태계’ 포럼에 참석해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금감원 입장을 설명했다. 당시 포럼은 주로 서울대 관계자들과 재학생이 주로 참석해 윤 원장의 발언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참석자에 따르면 윤 원장은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투자자들이 일반적인 금융상품 수익에 만족하지 못하고 고수익을 선호하는 최근 경향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이어 고수익을 위해서는 고위험이 따라올 수밖에 없고 금융사들도 이런 추세에 편승한 것이 사모펀드 사태를 촉발했다고 했다.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 가운데 금융사와 금융 소비자의 문제도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윤 원장은 금감원의 책임론에 대해선 사모펀드의 경우 사전에 감시할 수 없고 사후 보고만 받을 수 있어 사모펀드 사태를 방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지난 5월 포럼 발언이 뒤늦게 금융권에 알려지고 있는 것은 최근 윤 원장이 "사모펀드 사태의 주요 원인이 현 금융감독체계에 있다"며 ‘금감원 독립’을 주장한데 따른 것이다. 윤 원장은 지난 2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면서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행 금융감독 체계는 정책(금융위)과 집행(금감원)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데, 이번 사모펀드 사태도 그런 일이 똑같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저축은행 사태와 동양증권 사태 역시 이번 사모펀드 사태와 마찬가지로 금융감독 체계가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달리 말하면 금감원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런 발언이 알려지면서 금융권에서는 윤 원장이 사모펀드 사태 원인으로 외부 문제로 돌리며 금감원의 감독 실패는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소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던 윤 원장이 사모펀드 사태를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 문제’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이율배반적인 발언’이라는 비판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수장이 왜 이런 어려운 시기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분란을 일으키는지 모르겠다"며 "금감원 책임론은 회피하고 ‘남탓’만 하는데 도를 넘었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윤 원장은 사모펀드 사태의 여러 원인을 설명하면서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라 금융 소비자들이 고수익을 원하게 됐고 이에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준 것을 언급했다"며 "사모펀드 사태를 ‘투자자 탓’으로 돌리 것이 아니다. 송년 기자간담회 때 감독당국 책임자로서 송구하다고 사과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