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업황 안 좋았던 올해보다도 적은 월 30K 증설 전망
월 40K 투자에 이미지센서 라인 전환에 따른 자연감소분(10K) 영향
주주환원 정책 발표 앞두고 안정적 수익낼 수 있는 'D램 공급조절 카드'
내년 말 인텔에 70억달러 지급해야 하는 SK하이닉스도 투자 여력 한계
재고 1~2주로 반등 기미보이는 D램… "2022년까지 시황 좋을 것"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삼성전자(005930)가 내년 D램 시설투자 계획을 월 40K(웨이퍼 4만장) 증설하는 것으로 방침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반도체 투자 규모는 올해보다 늘어나지만, 대부분 낸드플래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투자하고, D램은 올해 규모 정도만 투자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D램 일부라인을 이미지센서 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어서 D램에 대한 실질적인 전체 투자규모는 월 30K(웨이퍼 3만장) 증설 수준으로 올해보다도 줄어들 전망이다.

D램 업황이 내년 본격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너무 적은 투자 규모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DS)는 최근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2021년도 시설투자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내년 3월 중 D램 13라인 일부를 이미지센서 라인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D램 시설투자 규모가 월 10K 수준(3세대 10나노급 D램으로 환산 기준)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런 자연감소분까지 감안했을 경우 삼성전자의 내년 D램 시설투자 규모는 월 30K에 그치게 된다.

삼성전자가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유는 D램 시장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가 확산, 장기화한 올해 D램 가격 추이를 보면, 상반기에만 해도 17%(PC용 DDR4 8Gb 기준)나 올랐던 D램은 하반기 들어 11월 말까지 다시 14.4% 하락하는 롤러코스터 시세를 보였다.

그러나 D램 업황은 4분기 바닥을 찍고 새해부터 본격 올라갈 것이란 관측이 업계 전반에서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D램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의 핵심 생산기지인 대만 공장에서 정전사고 발생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반도체 구매 시기가 앞당겨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의 D램 재고는 각각 2주, 1주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D램 수요가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픽=박길우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신규 주주환원정책 발표를 앞두고 수익성이 가장 좋은 D램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공급 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2018~2020년 3개년 동안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고,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 발표를 앞두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으로 배당하기 위해서는 D램 투자규모 감소→수급 불균형으로 가격 상승→수익 증가의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한 SK하이닉스 역시 D램 투자 여력이 없는 건 마찬가지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수금액 90억달러 가운데 70억달러를 내년 말까지 인텔 측에 지급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D램 투자를 소극적으로 한다면, SK하이닉스가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이처럼 D램 시설투자 규모가 줄어들면, 당장 2021년 하반기, 2022년까지 D램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