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미 정부 지원 하에 美 공장 설립 TF 대거 모집
삼성 텍사스 공장도 생산능력 강화… 퀄컴·구글 등과 파트너십
"美 정부, 최첨단 제조업체가 中 대신 美 향하도록 물밑지원"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비중국계 아시아 반도체 기업을 잇달아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중국 화웨이와 파트너 관계였던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 TSMC가 중국과의 거래를 끊고 미국에 새 공장을 건설하는 데 이어 파운드리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TSMC는 내년에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한화 13조원) 규모의 칩 제조 공장을 세우기 위해 현 직원들과 새로운 엔지니어를 채용 중이라고 마크 류 TSMC 회장이 밝혔다. 통상 이같은 금액은 파운드리 라인 1개를 설립하는 데 필요한 비용으로 추산된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

앞서 TSMC는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에 따라 지난 5월부터 화웨이로부터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이는 화웨이 입장에서는 심각한 타격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5나노, 7나노 공정과 같은 최첨단 칩을 위탁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정도가 유일하고 그 중 TSMC는 화웨이의 가장 끈끈한 파트너 중 하나였다.

미국 정부는 이같은 TSMC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미국에서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을 비롯한 미국 반도체 제조기업들의 칩 제조 역량이 삼성전자, TSMC 등 아시아 국가의 기업보다 계속 뒤처지고 있으며 이와중에 중국의 SMIC 등 신흥 기업들의 추격은 가속화하고 있다며 위기론을 제기해왔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용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7%에서 2020년 12%로 크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만,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현재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미국 기업들의 제조 경쟁력은 끊임없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인텔의 경우 1980년대부터 칩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군림해왔지만 201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늘 업계에서 가장 먼저 새로운 공정을 선보였던 인텔은 14나노 공정부터 삼성전자, TSMC보다 미세공정 전환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 차원에서 중국과 기술적으로 관련이 없는 반도체 기업 공장을 미국 본토에 유치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와 세제혜택 등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이번에 TSMC가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300여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파견하는 데 있어 미국 정부가 워킹비자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닛케이는 미국의 이같은 노력에 세계 최대 메모리 기업이자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6.4%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가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의 애플, 구글, 퀄컴, 테슬라 등 대기업들의 칩을 위탁생산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과 대만의 이같은 공조가 중국, 대만의 군사·외교적 갈등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은 ‘헬리콥터 항공모함’으로 불리는 최신 강습상륙함을 대만을 겨냥해 배치했고, 대만은 곧바로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최신 스텔스 초계함을 전격 공개하는 등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미국의 반도체 전문지 세미컨덕터엔지니어링은 "최첨단 반도체 기술은 스텔스 전투기나 항공관제, 유도 미사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 경쟁력 약화는 결과적으로 국가안보와 연관된 기술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미국 역시 대만, 한국처럼 최첨단 팹(반도체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