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수·이태우 교수팀, 차세대 디스플레이 발광소재 ‘페로브스카이트’ 취약점 보완

실록산 입자를 캡슐로 만들어 페로브스카이트를 열, 수분, 산소로부터 보호하는 기술 모식도.

카이스트(KAIST)는 배병수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태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연구팀과 함께 새로운 ‘페로브스카이트 발광다이오드(PeLED)’ 디스플레이 소재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두 종류의 양이온과 한 종류의 음이온(할로겐)이 1:1:3 비율로 특수한 격자구조를 이루고 있는 물질들을 말한다. 구성 원소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보이며, 이 중 일부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PeLED는 페로브스카이트를 발광 소재(빛을 내는 물질)로 사용하는 LED 종류다. 현재 유기 발광다이오드(OLED),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보다 생산단가가 낮고 정교한 색구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 열, 수분, 산소 등에 노출되면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 때문에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그간 페로브스카이트 표면을 다른 물질로 코팅하는 등의 방법을 연구해왔지만, 페로브스카이트의 구조와 제조공정이 복잡해진다는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연구팀은 물질 구조와 제조공정을 단순하게 유지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열에 강한 실록산이란 물질을 페로브스카이트와 특수한 방법으로 화학반응시켰다. 상대적으로 작은 실록산 입자 여러 개가 페로브스카이트 입자를 캡슐처럼 덮어 보호하도록 했다. 수분과 산소 침투를 분자 단위에서 정교하게 막아주면서도 기존의 발광 성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고온·고습 환경에서 성능을 측정해본 결과 발광효율(전기로 빛을 만드는 비율)이 원래의 7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유지기간은 600일 이상이 될 것으로 계산됐다.

연구팀은 "실록산 캡슐이 페로브스카이트를 구성하는 성분인 납의 독성도 막아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고성능을 발휘하는 페로브스카이트는 독성이 강한 중금속인 납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안전성 문제도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배 교수는 "기존의 합성 공정을 그대로 유지해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발광소재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지난 4일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