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새롭게 상장하는 기업들의 ‘직상장(direct listing)’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미 CNBC 등이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기존의 기업공개(IPO) 방식에서는 대형 투자은행이나 기관투자자 등이 상장에 앞서 주식을 미리 인수하기 때문에 상장 첫날 주가상승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이같은 중간 중계자가 독점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직상장이 허용되면서 신규 상장 기업도 투자은행 등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게 됐고, 일반 투자자들도 첫 거래일 주가 상승 등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SEC는 이전에도 기존 주주의 보유주식에 한해 직상장을 허용했으나, 신규 발행주식의 직상장을 허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벤처캐피탈 벤치마크(Benchmark) 소속 투자가인 빌 걸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변화는 전통적인 IPO 공모를 "의문의 여지 없이 끝내버릴 것"이라며 SEC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걸리는 "직접 상장이라는 선택지가 생긴 상황에서 그 어떤 이사회와 경영자가 굳이 막대한 양의 부를 하루 만에 설립자들과 직원들, 투자자들에게서 매수자들에게 줘 버리는 이 낡은 시스템을 선택하겠느냐"며 "(이번 변화는) 40년에 걸쳐 가격을 잘못 책정해 온 IPO를 종식할 것이다"고 말했다.

많은 투자자들은 기존 IPO 방식에서 투자은행들이 공모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기업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취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CNBC의 유명 경제 분석가인 짐 크레이머는 올해 에어비앤비와 도어대시 등이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각각 85%, 112% 폭등한 것을 두고 현존하는 공모가 책정 방식이 "확실히 고장나 있다"며 "투자은행들이 IPO를 진행하는 방식은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연금펀드, 투자기관 등 대형투자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미 기관투자자협의회(CII)는 NYSE의 직상장 허용 확대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냈으나 이를 막지 못했다.

NYSE의 스테이시 커닝햄 대표는 이같은 결정에 대해 직상장 허용이 IPO를 끝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자본 비용을 줄이고 민주화된 접근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또 하나의 대안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IPO 분야에서 환영할 만한 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은행들은 여전히 직상장을 선택하는 기업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그들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며 직상장을 허용하는 이유는 수수료 절감이 아닌 가격 책정 과정에서 신규 상장 주식이 저평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커닝햄 대표는 "모든 투자자들이 매수가능한 주식에 대해 관심을 표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장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가격이 저평가되는 것을 방지하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