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주거시설인 롯데 시그니엘 레지던스가 조성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경.

입주 4년이 다 돼가는 롯데그룹의 고급 주거시설인 ‘롯데 시그니엘 레지던스’가 여전히 전체 물량의 절반이 분양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시가 기준으로 국내 최고가 오피스텔인 최고층 물건은 모두 공실이다.

23일 조선비즈가 상업용 토지·건물 정보플랫폼 밸류맵과 함께 서울 송파구 '롯데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등기부등본을 전수 열람한 결과 전체 223개실 중에서 119실의 소유권만 이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레지던스는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의 줄임말이다. 주방·거실 등 거주하는데 필요한 생활시설이 마련된 점은 주거용 오피스텔과 같지만, 식사나 청소 등 편의서비스까지 제공된다는 점이 다르다. 건축법상으로도 주택이 아닌 '생활형 숙박시설'로 분류된다.

‘롯데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롯데물산이 시행하고 롯데건설이 시공한 잠실 롯데월드타워 42~71층에 있다. 공급면적은 209~1245㎡, 전용면적은 133~829㎡다.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6900만원으로, 분양가격은 42억~370억원대에 달한다. 지난 2017년 2월 입주를 시작했다.

분양을 진행한 롯데물산은 다양한 룸서비스나 발렛파킹 같은 호텔식 편의서비스, 초고층 조망과 보안시스템 등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같은 건물에 있는 ‘시그니엘 호텔’의 편의시설을 사용할 수 있고 하우스키핑(객실 정돈)과 방문 셰프, 세탁, 아침식사 등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는 최고급 주거시설이라는 것이다.

값비싼 분양가에 유명인들의 거주 소식이 전해지며 대중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아이돌그룹 동방신기 출신인 뮤지컬배우 김준수, 배우 조인성, 방송인 클라라 등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전체 물량의 절반 정도는 아직 롯데물산이 안고 있다. 올해 소유권 등기가 이뤄진 물량은 이날 기준으로 30실이다. 1년에 30실 안팎이 계약되는 지금 속도대로라면, 모든 물량이 분양될 때까지 앞으로 3~4년은 더 걸릴 전망이다.

미분양 기간이 길어지면 건축 사업에 투입한 자금에 대한 이자 등 비용은 시행사인 롯데물산이 감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롯데물산은 계약면적 330㎡ 미만인 물건의 분양가를 10% 할인하고 있다. 또 잔금을 본계약 체결 후 6개월 안에 납부하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는 등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국 최고가 오피스텔로 꼽히지만 기준시가 상승률이나 단위당(3.3㎡) 기준시가를 따져보면 서울 강남권의 신축 오피스텔에 밀리는 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롯데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1㎡당 기준시가도 전국에서 가장 비싼 오피스텔이었지만, 불과 1년 만에 밀려났다. 국세청이 고시한 2020년 롯데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기준시가는 ㎡당 평균 860만1000원으로, 지난해(914만4000원)보다 6% 하락했다. 올해 1위는 강남구 청담동 ‘더 리버스 청담(936만9000원)’이다. 지난해 입주한 36실짜리 한강 조망 오피스텔이다.

오는 2021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국세청이 예고한 롯데 시그니엘 레지던스 70층의 기준시가는 올해 고시된 가격인 226억원에서 1.8% 오른 230억원이다. 서울 오피스텔 평균 인상률(5.9%)보다 상승폭이 작다. 1개층에 단 3실만 조성된 롯데 시그니엘 레지던스 70층(복층형) 물건은 지난 21일 기준으로 단 1실도 등기가 되지 않은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초고가 생활형 숙박시설의 특성상 분양 수요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호텔식으로 설계한 주거시설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장기간 실거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고가이기 때문에 분양 수요 자체가 적은 것"이라면서 "생활형 숙박시설은 아파트 같은 주택과 비교해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고 매매 수요 자체가 적은데다 재건축 가능성이 없는데도 해마다 감가상각만 되기 때문에 부동산으로서 투자가치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고급 레지던스는 모두 분양되기까지 8~10년 소요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대형 면적형을 중심으로 꾸준히 분양 홍보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