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
시장 안착 후에도 연구개발 지속하며 신제품 계속 출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가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식품회사에서 생산하는 특정 브랜드 상품이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것은 비비고 만두가 처음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 매출이 전체 매출의 65%에 이를 정도로 해외시장에서 남다른 반응을 얻고 있다. CJ제일제당(097950)의 국가별로 수립한 현지화 전략과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를 통한 해외 시장 개척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중심에서 K만두를 외치다... 인프라 투자도 적극적

CJ제일제당은 올해 비비고 만두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해 1조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22일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자동차, 반도차 등 제조업이 아닌 식품으로 거둔 성과라 의미가 크다"고 했다.

비비고 만두는 출시할 때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하고 만들어졌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 출시 후 해외 시장 진출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비비고 만두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15년 41.1%, 2016년 42.9%, 2017년 47.6%, 2018년 55.9%, 2019년 63.6%, 올해 65%로 꾸준히 늘었다.

판매 국가도 다양하다. 올해 기준 미국에서만 4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중국에서 1600억원, 일본에서 650억원, 베트남에서 1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럽에서도 18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 출시 후, 국내에선 제품력으로 냉동 만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깨며 만두를 냉동 식품 시장에서 비중있는 품목으로 성장시켰다. 해외에선 국가마다 다른 식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바탕으로 K만두(한국식 만두)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전략 국가인 미국은 진출 초기부터 코스트코에 입점하며 메인스트림 시장을 공략했다. 현지인에게 익숙한 한입 크기의 비비고 미니완탕에 집중하며 만두(mandu)로 표기한 제품을 계속 노출시켜 친밀도를 높였다. 2015년 현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만두 연구개발(R&D) 조직을 만들었고 2018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한국식 만두를 시장에 본격 소개하기 시작했다.

비비고 만두는 중국식 만두보다 피가 얇고 고기와 야채가 많이 들어가 건강식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중국 만두는 쪄서 익히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얼리는 반면, 비비고 만두는 한번 찐 후에 냉동해 조리시간이 짧다는 게 장점이었다. 미국 인기 세프와 인플루언서(influencer·영향력자) 등이 라디오 방송에서 소개하며 유명세를 탔다.

스포츠, K팝과 연계한 마케팅 활동도 했다. CJ제일제당은 PGA 투어 정규 대회 ‘더CJ컵’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해 브랜드 노출과 가상 광고 마케팅을 진행했다. 매년 열리는 KCON과 MAMA 등 K팝 행사를 통해서도 비비고 만두를 알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처럼 시장에 독점적인 브랜드가 있는 경우 젊은 층에 주력해 비비고 만두를 알렸다. 그 결과, 작년 중국 징동닷컴과 일본 이베이재팬이 운영하는 큐텐에서 만두 카테고리 1위, 식품 부문 1위를 기록했다.

한식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유럽에선 아시아 식문화 수용도가 높은 영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했다. 현재 유럽의 대형 유통 채널 800여곳과 코스트코 전 매장에 진출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영국, 프랑스, 독일 3개국에서 연평균 성장률 61%를 기록 중이다.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도 비비고 만두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2013년 한국, 미국, 중국 등 5국에 있던 생산 공장은 현재 베트남, 일본, 독일 등 15국으로 확대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생산 라인도 2014년보다 4배 늘렸다"고 했다.

◇R&D 지속하고 신제품 출시하며 해외 시장 개척

CJ제일제당은 해외 사업에 계속 키우기 위한 전략을 고심 중이다. 미국은 2018년 인수한 냉동 식품 기업 슈완스의 유통망을 이용해 비비고 만두를 공급할 계획이다.

일본은 작년 5월 인수한 냉동 만두 기업 교자계획의 영업망을 활용해 코스트코에서 슈퍼 체인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릴 예정이다. 교자계획이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글루텐 프리(gluten free·밀가루의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이 없는 제품) 만두도 준비하고 있다.

유럽은 소득 수준이 높은 스칸디나비아 지역과 베네룩스(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3국 신규 진출을 준비 중이다. 아울러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 간 거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한국식 만두의 저변을 확대할 방침이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비비고 만두의 맛과 품질을 표준화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 식품생산본부 산하 글로벌만두기술센터에서 ‘온리원 기술’을 바탕으로 비비고 만두 설비와 표준 패키지를 만들고 이를 해외 생산 기지에 이식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 만두를 출시하며 꿈꿨던 세계인이 주 1회 한국 음식을 즐기는 비전이 실제가 됐다"며 "세계에 비비고 만두를 널리 알리고 비비고 만두를 잇는 차세대 K푸드가 탄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