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발생한 화재로 코나일렉트릭(EV)에 대한 리콜(시정조치)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연구원 조사에 이어 소송도 맞닥뜨리게 됐다. 코나EV 구매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두 번째 집단소송에 나설 것을 예고한 것이다.

배터리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 코나EV는 현대차의 주력 모델이었지만,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고 급기야 단종설까지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코나EV 구매자 100여명은 현대차를 상대로 차량 가치 하락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조만간 법원에 접수할 예정이다. 청구 금액은 1인당 200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매자들은 이번에 소장 접수 이후에도 추가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나 일렉트릭.

◇소형 SUV 강자로 떠올랐던 코나EV

코나EV 관련 집단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2일 코나EV 소유주 173명은 코나EV의 잇따른 화재로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는 등 차량 가치가 떨어진 데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측은 이들이 요구한 1인당 손해배상 금액은 800만원이라고 밝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나EV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모델이었다. 본격적인 전기차 바람이 시작된 2018년 4월 출시된 코나EV는 판매 목표였던 1만2000대를 넘어 사전계약에서만 1만8000대를 기록했다. 당시 현대차가 사전계약을 조기 중단하기도 했다. 한 번 충전으로 400㎞가 넘는 주행능력을 가진 코나EV 판매가 증가하면서 당시 수년째 소형 SUV 시장을 독점하던 출시 4년차 쌍용차의 티볼리를 위협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 초반에 구매할 수 있어 출시된 2018년 한 해에만 5만대가 넘게 팔리며 소형 SUV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코나EV는 해외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올해에도 ‘수출왕’ 자리를 지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간한 '2020년 6월 자동차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산 승용차 수출 79만1301대 중 코나 수출은 10만9534대로 전 차종 가운데 유일하게 올 상반기 10만대 넘게 판매됐다. 코나EV로 전체 전기차 판매량이 2.5배 급등한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세계 전기차 점유율 톱10에 진입했다.

지난 10월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주민자치센터에서 충전 중이던 코나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다.

◇'수출왕'에서 '사고왕'된 코나…"현대차가 좀 더 신경써야"

그런데 연이은 배터리 사고가 코나EV의 발목을 잡았다. 코나EV는 출시 첫 해 3건의 배터리 화재 사고가 있었고 올해까지 15건이 넘는 사고를 일으켰다. 배터리 문제를 인지한 현대차가 코나EV의 BMS(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를 업데이트한 뒤 배터리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교체해 주겠다는 리콜을 진행했으나 리콜 후에는 차가 먹통이 되는 '벽돌 현상'이 발생했고, 결국 국토교통부에서 코나EV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설상가상으로 전자식 브레이크 결함 논란이 터져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도 원인 규명에 나섰다. 결국 지난 8일 국토부는 코나 전기차를 비롯한 현대·기아차 4개 차종 5만2759대를 전자식 브레이크 결함을 이유로 리콜한다고 밝히며 "전동식 브레이크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브레이크 경고등 점등 시 브레이크 페달이 무거워져 제동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했다.

끊이지 않는 안정성 논란에 현대차는 결국 지난 11월 유럽법인 뉴스룸을 통해 공개한 코나EV의 부분변경(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코나EV의 국내 판매 중단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현대차는 "내년에 E-GMP기반 신형 전기차 모델 여럿이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코나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국내 출시를 고민 중인 것일뿐 정해진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코나EV 사태를 본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체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전기차 상용화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제조과정에서 더 신경을 써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문제 발생에 주의를 기울여야 장기적으로 품질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차주들이 소송을 걸 필요가 없도록 문제 생기는 즉시 현대차가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편이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