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美 협회와 中 지스타소프트 지재권 갈등이 발단
경쟁업체 국내 유통사에서 관련 사실 알리며 법적 분쟁
검찰은 "경쟁사 주장이 허위라 볼 수 없다"며 무혐의
"거짓으로 몰아세운 책임 져라" 5000만원 손배訴 맞대응

"지스타캐드에 지식재산권 위반 소지가 있다." (삼경엠)
"허위사실이다. 지스타캐드는 독자 개발됐다." (모두솔루션)

대안CAD(Computer Aided Design·컴퓨터지원설계) 프로그램인 '지스타캐드(GstarCAD)'를 두고 국내 업체간 소송전이 벌어졌다. CAD란 설계사의 손발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전통 강자인 ‘오토캐드’의 사용료가 비싼 탓에 이를 대체하려고 개발된 CAD를 대안CAD라고 부른다. 이 중 주요 대안CAD인 지스타캐드와 지더블유캐드(ZWCAD)의 각 국내 유통업체 간 다툼이 난 것이다. 지스타캐드와 지더블유캐드는 각각 중국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회사 지스타소프트와 지더블유소프트에서 개발했다.

21일 IT업계,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더블유캐드의 국내 특판인 ‘삼경엠’은 최근 서울남부지법에 지스타캐드의 국내 총판인 ‘모두솔루션’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삼경엠은 모두솔루션이 5000만원을 배상할 것과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의 시작은 2015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ITC(IntelliCAD Technology Consortium)와 중국 지스타소프트 사이에서 불거진 지식재산권 이슈가 발단이 됐다. ITC는 회원사들에게 '인텔리캐드'라는 CAD 소프트웨어의 기본이 되는 툴킷을 제공하는 협회다. 회원들이 ITC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인텔리캐드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

ITC는 "지스타소프트가 수년전 협회를 탈퇴해 새 제품 지스타캐드를 출시했는데, 여기서 인텔리캐드를 무단으로 사용했으며 소스코드 검사 요청에 불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재신청을 내 "지스타소프트에게는 ITC의 CAD 소프트웨어 플랫폼 검사에 응할 의무가 있고 ITC에게 3억원 상당의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중재판정을 받았다. 미국 오레곤 지방법원은 2016년 2월 중재판정을 승인했다.

2016년 2월 25일 미국 오레곤 지방법원에서 승인한 ITC와 지스타캐드 관련 중재판정 내역.

이러한 내용을 경쟁제품인 지더블유캐드의 국내 특판 삼경엠이 2019년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자사 블로그에 게시했다. "지스타캐드에 지식재산권 위반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그러자 지스타캐드의 국내 총판인 모두솔루션이 즉각 대응에 나서 자사 홈페이지에 삼경엠의 주장은 "모두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자사는 물론 삼경엠과 거래하는 업체들에게도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에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까지 했다.

모두솔루션은 "지스타캐드는 지스타소프트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대안CAD"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스타캐드의 지식재산권은 지스타소프트에서 완전하게 소유하고 있고 독자적인 소스 코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스타캐드의 지식재산권은 중국 국가판권국에 정식 등록, 인증됐다"며 이를 증명하는 중국 당국의 서류를 함께 게시했다. 모두솔루션은 "지스타캐드는 ITC의 어떤 독점 소프트웨어도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앞서 내려진 중재판정은 지스타소프트의 ITC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결론내린 사실이 없다"고 했다.

지스타캐드의 총판 모두솔루션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지식재산권을 인정받았다면서 함께 제시한 보증문.

그러나 검찰은 올 3월 지스타캐드의 지식재산권 위반 의혹을 제기한 삼경엠에 대해 ‘혐의없음’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삼경엠의 주장이 허위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지식재산권 법 위배’ 관련 ITC가 지스타캐드를 상대로 소송(미국)한 판결문으로 (미루어) 거짓의 사실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삼경엠은 혐의는 벗었지만 모두솔루션에서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사를 받는 사이 명예가 훼손됐고 영업을 방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모두솔루션 측에서 했던 주장 그대로 맞대응한 것이다. 삼경엠은 "모두솔루션 대응으로 우리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회사로 몰렸고 거래상의 신용이 실추됐다"며 "이후 유통사들의 거래 중단으로 매출이 감소해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지스타소프트 측은 아직까지 미국 중재판정에 따라 ITC의 소스코드 검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ITC는 중재판정 이후로도 지식재산권 침해행위가 계속된다면서 지난해 12월 지스타소프트 측에 1000만달러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