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탄소 제거 이끄는 탄소 모니터링 기업 美 '파차마'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을 시작으로 올해 일본, 중국, 한국 등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대로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면 탄소중립은 '메가 트렌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 제로 경제로의 전환도 불가피하다. 기업은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한 탄소 제거 기술을 찾아야 한다. 이코노미조선은 이번 커버 스토리에서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것)' 기술과 기업을 조명했다. 날로 강화하는 탄소 배출 규제가 어떤 기업에는 '짐'이었지만, 탄소 네거티브 기업에는 사업 기회이자 '돈'이 됐다. 마치 전기차 시장 전망이 불투명했던 2000년대 초반 테슬라가 등장해 오늘날 시장 1위를 차지한 것처럼, 이들 기업이 머지않아 탄소 시장의 혁신가로서 회자될지도 모를 일이다. [편집자 주]

나무가 흡수하는 탄소량 측정
기업에 산림 프로젝트 제안
MS와 쇼피파이 등이 고객사

파차마는 인공위성과 라이다, 드론,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산림을 모니터링하고, 나무가 흡수한 탄소의 양을 수집·분석한다.

탄소 모니터링 기업 ‘파차마(Pachama)’에 각종 글로벌 기업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파차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쇼피파이(Shopify) 등 쟁쟁한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설립자가 만든 ‘베이조스 지구 펀드’, 빌 게이츠가 주도하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 ‘아르노그룹’ 투자 부문, ‘아글레 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받기도 했다.

파차마는 디에고 사에즈 길과 토머스 애프탈리온이 2018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가 있으며, 사명은 대지의 여신 ‘파차마마’에서 따왔다. 탄소배출량을 줄여 지구 온난화의 해법을 연구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중 하나로 꼽힌다.

창업자인 디에고 사에즈 길은 남아메리카 아마존 열대우림을 여행하다, 숲의 잠재력을 깨닫고 파차마를 세웠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은 농지와 가축 사육을 위한 목초지 조성, 광산 개발 등으로 파괴되고 있다. 최근 1년간 파괴된 아마존 열대우림 면적은 1만1088㎢로 12년 만에 가장 넓은 규모다. 1년 새 서울의 18배 규모의 산림이 사라진 셈이다.

파차마는 산림 파괴를 막고 탄소를 상쇄하기 위한 방법으로 ‘탄소 모니터링’을 선보였다. 인공위성과 라이다(LiDAR·전파에 가까운 성질을 가진 레이저 광선을 사용해 개발한 레이더), 드론,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산림을 모니터링하고, 나무가 흡수한 탄소의 양과 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

파차마는 먼저 인공위성으로 찍은 과거·현재 이미지를 활용해 탄소 흡수량과 바이오매스(특정 시점, 특정 공간에 존재하는 생물의 양)를 파악한다. 드론과 자율주행차에 활용되는 라이다로 3차원 지도를 만들고,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산림 활동을 비교한다. 나무의 수와 크기, 나이 등을 분석해 얼마나 많은 탄소를 흡수하고 있는지, 미래에 얼마나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을지 파악할 수 있다.

파차마는 조림 사업으로 흡수하는 탄소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술로 기업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물론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차별성이 있다. 기존에는 산림에서 나무를 측정하려면 하나하나 줄자를 사용해 탄소 상쇄량을 파악하는 방식을 활용해야 했다. 측정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비용도 비싼 편이었다.

파차마는 탄소배출권이 필요한 기업에 적합한 산림 개발 프로젝트를 제안해주면서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을 운영 중이다. 또 탄소배출권을 얻는 산림의 소유주와 탄소배출량이 많아 이를 상쇄하고자 하는 회사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페루의 농부와 탄소배출량을 없애려는 네덜란드 회사를 중개해주는 식으로,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모델이다.

대기업, 중소기업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파차마를 통해 산림 개발 지역과 관리 기업, 특성, 바이오매스, 프로젝트 타임라인을 확인하고 조림 프로젝트를 후원하면 크레디트와 인증서를 받는다. 카마이클 로버츠 BEV 투자 매니저는 "파차마는 기술을 활용해 기업들이 어렵지 않게 탄소중립을 할 수 있게 만든다"며 "기술과 자원, 조림을 통해 탄소중립 정책을 가속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디에고 사에즈 길 파차마 CEO
"개인도 탄소 크레디트 구입해 탄소 발자국 지울 수 있어요"

디에고 사에즈 길. 파차마 공동설립자, 위호텔스 공동창업자, 스투던트유니버스 부사장, 블루스마트 공동설립자

파차마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디에고 사에즈 길. 그는 자신을 "기술 낙관론자와 심층생태학자 사이에 있다"고 평한다. "문명과 자연이 일치해야 한다. 지구를 복원하고, 보호하기 위해 기술과 서비스를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 CEO이기도 하다. ‘이코노미조선’이 12월 8일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하며 파차마의 철학과 경영 방향을 들어봤다.

파차마가 다른 탄소 상쇄 기업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파차마는 탄소배출량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파악하고 있다. 우리는 숲이 흡수한 탄소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라이다, 인공위성, 인공지능의 조합을 이용하는 최초의 플랫폼이다. 신뢰와 투명성이 고객들을 모으고 있다."

파차마의 기술을 소개해달라.
"파차마는 빛을 사용하여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로 3차원 지도를 생산한다. 인공위성과 드론을 활용해 찍은 이미지도 수집한다. 관련 이미지를 계속 학습시킨 머신러닝을 활용해 숲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흡수하고 있는지 측정한다. 머신러닝의 경우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지속해서 실험할수록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

주요 고객은 누구인가.
"다양한 산업군에 여러 고객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간접적으로 배출한 온실가스를 없애고 내세운 목표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산림 개간과 보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쇼피파이가 대표적인 고객이다. 파차마는 아마존이 조성한 '기후 서약 펀드' 투자를 받기도 했다. 아마존 같은 기업들의 도움이 늘어나면 산림 복구·보존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지고, 기술 인프라를 계속 구축할 수도 있게 된다."

개인들도 탄소 크레디트 구매할 수 있나.
"개인들도 탄소 크레디트를 구매할 수 있다. 산림 탄소배출권 구매는 가정이나 개인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인터넷에는 개인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도구가 많다. 개인들은 파차마의 플랫폼에서 검증된 탄소 크레디트를 구입하면서 자신의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

시장 변화도 느끼는가.
"개인과 기업 모두 점점 더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기업들은 지속 가능성과 탄소 감축 계획을 주요 의제로 다루지 않을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할 수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환경 이슈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많은 기업이 지속 가능성과 이니셔티브에 전념하고 있다."

탄소를 줄이는 데 관심 없는 기업들에 조언한다면.
"'지속 가능한 계획'은 윤리적일 뿐 아니라, 중요한 비즈니스 도구가 됐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기후 변화에 대처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전 세계 소비자들과 정부가 환경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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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네거티브] ①탄소중립 시대 ‘탄소 네거티브’까지 나아간 기업

[탄소 네거티브]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