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 빼달라' 요청 거절된 후
거듭 요청 안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 위반 판단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결정을 내린 검사징계위원회의 결정문이 공개되면서 징계위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를 결정하면서 징계위가 명확한 사실이나 증거가 아닌 ‘가능성’만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 확인됐다.

17일 공개된 징계위 결정문에 따르면 징계위는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을 손상했다는 혐의를 징계사유로 인정하면서 '가능성' '의심' 같은 추정만을 근거로 들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정직 2개월의 징계를 결정한 검사징계위원회의 정한중 위원장.

‘정치적 중립 손상’과 관련해 징계위가 문제 삼은 건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난 10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이 정치활동의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임기 마치고 나서 정치할 것이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퇴임하고 나서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의원이 그 방법에 정치도 들어가느냐고 묻자 "그것은 제가 지금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했다.

징계위는 이 발언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근거는 국민들의 인식이었다. 미디어리서치가 10월 28일 503명의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7.2%가 이 발언이 정계진출 메시지라고 긍정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이 정치를 하겠다거나 정계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공식화 한 적이 없는데도, 국민들의 설문조사 결과로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한 발언에는 '정치'라는 말이 일체 들어가 있지 않다"면서도, 정작 윤 총장 의사와는 상관없는 설문조사 결과만으로 징계사유를 인정했다.

징계위가 문제 삼은 또다른 부분은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윤 총장이 거론되는 점이었다.

윤 총장은 지난해부터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해 12월 31일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뒤, 명단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그 이후에 ‘유사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게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징계위는 "올해 8월 이후 동일 또는 유사한 노력을 했다는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윤 총장이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긍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 총장 측이 여론조사 명단에 넣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명단에서 제외해달라는 요구가 한 차례 거절당했는데, 추가로 요구하지 않은 것은 정치적 중립성 위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징계위는 "정치권과 언론에서 징계혐의자의 퇴임 후 정치활동 가능성이 논의되는 것 자체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사건 수사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며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근거는 없지만 가능성만으로도 중립 의무를 위반했으니 징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처럼 ‘가능성’과 ‘의심’만으로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징계위 결정문이 공개되자 징계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징계위 결정문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일반 국민에게 징계결정문이 공개됐을 때 웃겨 죽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