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매년 평균 280건의 기름 유출 사고가 납니다. 이틀에 한두 번 정도는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죠. 그런데 지금은 이걸 다 사람이 흡착포로 직접 제거하고 있어 쉽지가 않습니다."

해양 오염물 제거 장비 개발업체 쉐코의 권기성 대표는 해상에 유출된 기름을 방제하는 ‘쉐코봇’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름 유출 사고의 92%는 1000ℓ 이하 소규모 사고인데, 지금은 사람이 선박 위에서 끌개를 이용해 직접 기름 먹은 흡착포를 회수해야 해 불편이 크다.

쉐코가 제작한 해양기름 회수로봇.

권 대표는 "기존 방법은 유독성 기름 냄새를 맡아야 하는 방제자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기름을 제거하는데 사용한 흡착포를 소각할 때 나오는 탄소로 인해 환경·경제적 피해도 크다"면서 "쉐코봇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쉐코는 무인(無人)방제에 초점을 맞췄다. 벙커C유 등 해상에 유출되는 기름 대부분은 사람에게 해롭기 때문이다. 이에 바다에 투입된 로봇의 이동과 스크루 작동 등 모든 제어가 무선조종이 가능하게 했다. 영상 인식 시스템을 통해 해상에 뒤덮인 기름 위치를 파악하면, 스크루 장치가 작동해 이를 빨아들인다. 오염물이 필터를 거치면서 기름은 회수통으로, 물은 다시 바다로 흘러내리는 방식이다.

가로 95㎝, 세로 125㎝, 높이 65㎝ 크기의 쉐코봇은 1대당 최대 100ℓ의 기름을 회수할 수 있다. 로봇의 무게는 약 58㎏으로, 보통 100㎏가 넘는 기존 유회수기 무게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로봇이 바람과 파도로 전복되지 않도록 바다에서 반잠수 형태로 작업할 수 있는 기능도 첨가했다는 게 권 대표의 설명이다.

방제에 필요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쉐코에 따르면 쉐코봇을 이용하면 기존 사람이 하던 방식으로 걸리던 전체 시간을 20%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방제 비용도 1년에 약 50억원 절약할 수 있다. 1년에 흡착포 작업을 100일 감축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나아가 쉐코는 2차 폐기물 발생을 막아 탄소중립(넷제로) 지향에도 중점을 뒀다. 흡착포는 특성상 매립이 되지 않아 소각을 통해 폐기해야 한다. 이에 쉐코봇 상용화로 흡착포를 소각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80%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큰 느티나무 32개, 성인 224명의 1년 산소량, 연간 1142g의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양과 맞먹는 수치다.

쉐코 직원들이 ‘쉐코봇’을 점검하고 있다.

인천대 무역학과를 나온 권 대표는 지난 2017년 학내 스타트업으로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권 대표는 "대학교 2학년 때 해상보험을 공부했는데, 피해 액수나 보험금 규모가 막대한 분야가 선주배상책임보험(P&I) 관련 해양 기름 유출 사고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며 "이후 인천대 창업캠프에서 해양오명을 방제하는 로봇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한상훈 쉐코 기술이사를 만나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권 대표는 지난해 7월 쉐코를 해양 오염물 제거 장비 개발업체로 법인 등록했다. 현재 권 대표를 포함해 임직원 7명이 근무하고 있다. 쉐코는 지난 2년간 개발비 3억원을 들여 이달 초 쉐코봇 시제품을 완성, 올해 안에 양산 체제를 갖추고 해양경찰청·항만공사·조선소 등에 판매할 계획이다.

권기성 쉐코 대표.

쉐코는 창업 첫해인 2017년 창업 전국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과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았다. 2018년에는 해양수산부가 주관한 해양수산 창업경진대회 우수상과 로봇창업경진대회 대상을 받는 등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 창업지원을 받아 액셀러리이터 운영 프로그램을 통해 총 6건의 특허를 출원·등록했다. 또 대기업-벤처기업 간 상생 파트너링, 수요처 발굴 및 양해각서(MOU) 체결, IR 컨설팅 등을 지원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SK이노베이션 임팩트 파트너링을 통해 5억원 투자를 유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