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분리과세 금융소득'에도 건보료 매기기로 개정
만기 도래 ISA 가입자, 절약한 세금 건보료로 반납할 판

정부가 그동안 건강보험료 부과 항목에서 제외했던 ‘분리과세 금융소득’에도 건보료를 매기기로 하면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 ISA는 만기 인출시 한꺼번에 금융소득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건보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 ISA 가입자의 95%는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데 분리과세로 절약한 세금을 건보료로 모두 반납할 상황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1월부터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의 합계액이 연 1000만원 초과~2000만원 이하인 분리과세 금융소득에 대해서도 건보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연 2000만원이 넘어 종합소득에 포함되는 임대·금융소득에 대해서만 건보료를 매겨왔다. 그러다 정부가 지난 8월 소득에 맞는 건보료를 부과하겠다며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분리과세 금융소득도 건보료 대상이 됐다.

현재 이자와 배당 등 금융소득의 경우 2000만원 이하는 15.4%의 세금을 원천징수한다. ISA 이자소득은 금융소득에 포함되지 않고 분리과세를 한다. 200만원까지는 비과세고, 초과분은 9%의 세율(지방소득세 포함 9.9%)을 적용해 기존 금융소득보다 세율이 낮다.

정부가 분리과세 금융소득에도 건보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분리과세와 낮은 세율 적용이라는 ISA의 혜택이 상당 부분 상쇄될 전망이다. 건보료 개편안을 두고 ISA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분리과세로 절세한 세금을 건보료로 모두 토하게 생겼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분리과세 혜택을 믿고 가입했는데 정부가 건보료를 부과해 혜택을 도로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조선DB

ISA는 만기 인출시 가입 기간에 얻은 수익이 한꺼번에 금융소득으로 정산된다. 예컨대 5년동안 매해 2000만원씩 ISA 계좌에 납입한 가입자가 연 평균 10%의 이자 수익을 올렸다고 가정하면 이 가입자는 매해 200만원의 이자소득을 얻게 된다. 그러나 세금을 부과할 때는 만기가 도래한 해에 5년치 이자 수익 1000만원을 일시에 올린 것으로 산정한다.

문제는 ISA 가입자들의 만기가 대부분이 내년에 도래한다는 점이다. ISA는 2016년 출시됐다. 현재 ISA 누적 가입자 수는 210만명이다. 이중 200만명이 ISA 출시 10주 내에 5년 만기로 가입했다. 이들이 내년 만기 때 수익을 실현하면 2022년에 건보료 폭탄을 맞게 된다. 지난 9월말 기준 은행권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MP)의 누적수익률은 평균 11.78%로 집계됐다. 고위험 상품은 누적 순익이 17.03%에 달한다.

한 ISA 가입자는 "은행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문의해보니 ISA 비과세와 분리과세로 절약한 세금이 약 120만원인데 건보료는 다른 금융소득 등을 감안하니 연 85만원을 더 낼 것 같다"며 "정부가 분리과세 금융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ISA의 만기가 대부분 내년에 도래하는 것을 노린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분리과세 금융소득 건보료 부과 방안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각 은행 지점에는 ISA 만기에 따른 건보료 부과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강남PB센터 직원은 "최근 ISA 가입자들이 건보료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해 상담하고 있다"며 "5년 만기시 해지하지 않고 계속 연장하는 방안을 주로 안내하고 있다. 딱히 다른 방안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