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47분 필리버스터 최장기록
정진석 "역시 한국의 마가렛 대처"
알렉시스 드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

고려대 최장집, 서강대 최진석 교수 인용해
文정부 586운동권 민주당 친문 세력 비판
與 김병기 의원 코로나 확진자 접촉으로 정회

국회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 신기록을 갈아치운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에 대해 12일 박수영 의원이 "대한민국 최고 경제학자의 12시간 47분짜리 무료 특강"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윤 의원에 대해 "철의 여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박 의원은 "12시간을 넘는 길이도 길이지만, 내용의 깊이와 호소력 있는 목소리까지 세계 최고였다"고 했다. 그는 "사실 5분 발언으로 유명한 윤 의원은 단거리 스프린트"라며 "최고의 스프린터가 최고의 마라톤을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강의가 전국의 수많은 국민들이 생방송으로 봤고, 유튜브를 통해 더 많은 분들께 전달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과연 한국의 마가렛 대처"라고 했다. 정 의원은 "민주주의 정치철학에 관한 국민의힘 윤희숙의원의 수준높은 명강의가 힘차게 이어졌다"며 "결국 윤 의원이 필리버스터 최장시간 기록을 경신했다"고 했다.

본회의장에서 윤 의원의 옆자리인 이영 의원은 전날 "짝꿍의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이다"라며 "한계를 넘어서는 시간 동안 각자가 갖고 있는 지식과 경험 그리고 시간 속에 쌓인 내공들을 풀어내는 향연이 진행됐다"고 했다. 이 의원은 "174대 104의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에서 우리 초선들이 직접 써 가는 게임 내용은 점점 멋져지고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은 전날(11일) 오후 3시 24분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의 바통을 이어받아 7번째 토론자로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올랐다. 그런 윤 의원은 12일 오전 4시 12분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토론 시간은 12시간 47분 57초. 지금까지 국내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은 2016년 테러방지법 반대토론을 한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12시간 31분이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윤 의원은 필리버스터 안건인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국정원법 개정안과 다음 안건인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등은 '닥쳐 3법'이라고 규정했다. 윤 의원은 이렇게 규정한 이유에 대해 "대북전단금지법도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이 핵심"이라며 "원천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봉쇄했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번에 통과된 닥쳐법을 보면 80년대 후반부터 발전해 온 민주화의 큰 결실이 퇴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초선인 윤 의원은"지난여름부터 국회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합의 정신에 입각해서 충분히 토의가 있었느냐"라며 "국회에서 들어와서 본 입법부의 모습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토론에서 프랑스 정치학자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책 '미국의 민주주의'와 진보 정치학계의 원로로 꼽히는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논문,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글을 인용해 문재인 정부와 586운동권으로 대변되는 민주당 핵심들의 무모한 정책 결정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어 "나라의 발전을 위해 지금 단계에서 밟고 넘어가야 할 장애물은 자칭 민주화 세대"라며 "이들이 국민의 기본권을 가벼이 여기는 태도 때문에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을 지목하며 "야당 의원들을 향해 독재의 꿀을 빨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대부분은 민주화 이후 대학을 들어갔다"고 했다.

윤 의원은 "자칭 민주화 세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닥쳐법'과 같은 국민의 기본권을 가볍게 무시하는 법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자기 파괴적"이라며 "자신들이 87년도 그렇게 지키려고 했던 가치를 자신들이 억압하고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화 운동권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국회에 들어와서는 입법과 정책의 성과로 말해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이 치열한 토론을 벌이는 도중에 민주당 의석에서 "가르치려 드느냐" "이제 그만하라"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이번 기회에 같이 배우자"고 했고, 항의 발언이 거세지자 "배우기 싫으면 나가시라"며 "여기 있으라고 한 사람 없다"고 했다.

윤 의원의 토론 도중에 서울시장이 출마하는 민주당 우상호 의원 본회의장에 들어와 윤미향 의원 등과 주먹인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전날부터 25명 내외로 조를 짜 본회의장에 투입, 한 번에 8시간씩 자리를 지키도록 했다. 국민의힘도 최소 20여 명은 자리에 앉아있도록 본회의장 당번을 정했다.

앞서 전날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시작한 무제한 토론에서는 민주당 김병기 홍익표 오기형 의원, 국민의힘 조태용 김웅 의원 등이 번갈아 발언했다. 여당 의원들은 1~2시간 가량 발언했다면, 야당은 5시간 이상 토론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오전 3시 15분 윤 의원의 필리버스터 도중 발언을 일시 중단시킨 후 "어제 필리버스터를 한 국회의원 중 한분이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보고가 있다"며 "필리버스터 계속 여부를 논의해 달라"고 했고, 이후 윤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하자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교섭단체 간 협의결과에 따라 본회의를 정회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보좌관으로 알려졌다.

오는 13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국가정보원법 전부 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참석, 같은당 윤미향 의원 등과 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