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소비자신용업법 온라인 공청회 개최

스스로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춰 금융회사에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되고, 이를 도와주는 '채무조정 교섭업'이 새로 도입된다. 또 채무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주일에 7번 이상 추심 연락이 금지되고, 특정한 시간과 장소는 피해 연락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비자신용법안'에 대한 이해관계자와 외부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오는 15일 온라인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공청회 과정에서 모인 의견을 반영해 법안을 최종 확정한 뒤, 내년 1분기 중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마련되는 소비자신용법은 채권자와 추심자의 채무자 보호책임을 강화하고 채무자의 방어권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인 신용대출이 본격화된 2000년대 이후 채권추심법, 대부업법 등을 제정해 개인채무자 보호 제도의 틀을 마련했지만, 채무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연체·추심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금융위는 기존 대부업법과 추심 규율을 담고 있는 신용정보법 일부를 합쳐 소비자신용법으로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먼저 개인 채무자와 채권금융기관간 사적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채무자는 스스로 빚을 갚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채무조정 요청이 가능하다. 단 소득, 재산현황 등 상환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기관은 이같은 신청을 받으면 추심을 멈추고, 10영업일 내 채무조정안을 마련해 채무자에게 제안해야 한다. 기관은 채무자 상환능력과 채무 특성 등에 따라 감면율과 상환 일정이 담긴 내부기준을 미리 마련해야 하는데,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엔 채무조정 신청을 거절할 수 있다.

또 지속적인 연체 발생으로 만기 전 대출을 회수(기한이익상실)하거나, 다른 기관에 채권을 양도하는 경우 미리 채무자에게 10영업일 이전까지 통보해야 하며, 채무자가 채무조정을 원할 경우 이에 응해야 한다. 일정 금액 이하 주택에서 실거주하는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경우에도 경매 절차 신청 예정일 10영업일 이전까지 통지하고, 연체 발생일로부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상 경과해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채무조정 협상 과정에서 개인 채무자의 부족한 전문성과 협상력을 보완하기 위해 채무조정교섭업도 도입한다. 채무조정 요청서의 작성과 제출을 대행해주고, 이후 채무조정 조건의 협의를 대신해주는 등의 역할이다. 단 이 업에는 이해상충 우려가 있는 대부업·대부중개업·매입추심업·수탁추심업 등 다른 소비자신용관련업의 겸영이 금지된다. 금융위는 법인 등록제로 도입할 예정이며, 채무자 피해방지를 위해 수수료를 100만원 넘게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등 엄격하게 규율하기로 했다.

채무자의 연체·추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기한이익상실 후 연체이자 부과 방식을 개선한다. 지금은 기한 이익이 상실되면 원금 전체를 즉시 상환해야 하며, 그러지 못할 경우 원금 전체에 약정 이자와 연체 가산이자를 함께 물리고 있다. 소비자신용법이 통과되면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해도 상환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원금에 대해선 연체가산이자 부과를 금지하기로 했다. 단 약정이자와 관리·회수비용 등 실제 소요되는 비용은 부과된다.

채무자가 원래 돈을 빌렸던 기관이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 다른 업체에 채권을 팔았음에도 계속 이자를 채무자에 부과하는 것 역시 어려워진다. 손실 처리(상각)한 개인 채권은 미래에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없앤 경우에만 양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채권금융기관이 회수 불능으로 판단해 (법인세법상 비용(손금) 처리해)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연체 채무자에게 계속 이자를 부과하는 불합리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심 연락 총량도 제한한다. 지금도 채권추심법에서 정당한 사유 없는 반복적 연락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구체적 기준이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추심자가 동일한 대출의 추심을 위해 채무자에게 1주일에 7번 초과 연락하는 것을 금지한다. 또 추심자가 연락을 통해 상환능력 등을 확인한 경우, 그 확인일로부터 7일간은 다시 연락할 수 없다. 채무자는 추심자에게 특정한 시간대 또는 방법·수단을 통한 연락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금융위는 채무자가 처음 돈을 빌린 원채권금융기관의 보호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채무자 처우, 위법·민원이력 등을 반영해 추심업자를 선정하도록 했다. 또 추심업자가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기관이 점검해야 하며, 추심업자의 진입규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규율을 제대로 이행하도록 불법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화하고, 채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신용법 기대효과.

금융위는 "사회적 추심 비용이 줄어들고 채무자 재기에 따른 회수가 늘어나는 등 채무자와 채권자가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며 "신속한 법 제정 및 시행을 위해 입법 절차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