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콕’ 늘면서 재활용 폐기물 급증...택배상자·배달음식용기 사용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지출 감소규모가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에 버금 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지출 감소 폭이 가장 컸던 항목도 IMF 위기 때와 같은 ‘의류·신발’ 분야였다. 옷이나 신발이 낡아도 교체하지 않고 그냥 착용하는 경우가 많아진 셈이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대응을 위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기존 2.0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한 지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쇼핑몰 푸드코트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 통계청 ‘한국의 사회동향 2020’에 따르면, 코로나19 1차 확산기인 올해 1분기의 소비지출은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6.5% 감소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소비지출 증가율 -11.5%보다는 높지만, 소비지출 성장세가 소폭이나마 유지됐던 2003년 신용카드 위기(1.8%),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7%) 때보다는 낮은 것이다.

올해 1분기 가처분소득은 전년 동기대비 3.7%가 늘었다. 1998년 외환위기(-12.9%), 2003년 신용카드 위기(1.0%),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3.5%) 때의 증감율과 비교하면 가장 높았다.

역대 경제위기 상황별로 소비지출 감소폭이 가장 컸던 항목을 살펴보면, 2003년 신용카드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가정용품·가사서비스’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소득 수준별로 나누어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계층의 지출이 가장 많이 줄어든 항목은 ‘교육’ 분야였고, 소득 5분위(상위 20%) 계층의 지출이 가장 많이 줄어든 항목은 ‘가정용품·가사서비스’였다.

그러나 올해 1분기는 전체 가구 소비지출 감소폭이 가장 큰 항목이 ‘의류·신발’이었다. 소득 1분위 계층은 ‘의류·신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소득 5분위 계층은 ‘교육’과 ‘오락·문화’가 감소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1998년 IMF 위기 때는 전체 가구는 물론 소득 1분위, 소득 5분위 모두 ‘의류·신발’ 항목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는 "코로나19의 경우는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하게 준(準)내구재인 의류·신발 항목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준내구재는 1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지만 사용가능한 지속성이 내구재에 비해 떨어지는 의류·신발, 운동·오락용품 등을 말한다. 음식료품 등 이용 기간이 짧고 반복 이용이 곤란한 비(非)내구재보다는 소비지출 주기가 길어질 수 있다. 준내구제인 의류나 신발의 소비지출이 줄었다는 것은 오래되거나 낡아도 새 것으로 바꾸지 않고 착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임시‧일용직 계층은 가처분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지만, 소득 5분위 계층(6.5%)과 상용직 계층(3.7%)는 오히려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는 "위기가 발생하면 저소득 취약계층의 소득감소가 다른 계층들에 비해 크게 나타난다"고 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외출이 줄어들고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올해 1~3월 재활용 폐기물이 전년 동월 대비 평균 9.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종이로 된 택배포장 상자나 플라스틱 등의 배달음식 포장용기 사용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플라스틱 배출량은 1회용 컵 수거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텀블러 등 다회용컵 사용으로 인한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일시적으로 1회용 컵 사용을 허용했지만 커피숍 등의 이용이 줄면서 올해 2~3월 1회용 컵 수거량은 전년 동월 대비 평균 약 31%가 줄었다. 이소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는 "위기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포장재 정책 수립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