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내 유일한 반도체 공장인 ‘삼성 오스틴 반도체 사업장(SAS)’ 인근 부지를 추가 매입했다. 삼성전자는 "꾸준히 진행하던 부지 매입으로 추가 공장 건설 여부는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반도체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시장 공략을 위해 공장 증설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사업장 전경.

8일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오스틴 공장 인근 258에이커(약 104만4088㎡) 이상 부지를 매입하고 오스틴 시의회에 개발 승인을 요청했다. 매입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996년 오스틴 공장 설립 이후 꾸준히 인근 부지를 구입해왔다"며 "아직까지 신공장 건설 계획은 없다"고 했다.

SAS는 미국 텍사스 주도(州都)인 오스틴에 위치한 공장으로, 삼성전자의 유일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처다. 건설은 1996년 시작됐고, 1998년 열린 준공식에는 당시 텍사스 주지사던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해 축사하기도 했다. 공장 설립 후 현재까지 총 투자액은 170억달러(약 20조4500억원)를 넘어선다.

현재 SAS에는 2개 공장이 운영 중이다. 최초 설립 당시 메모리가 주력이었지만, 2011년부턴 12인치 웨이퍼에서 10나노(nm)대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2014년엔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애플 A9 칩셋을 양산하기도 했다.

운영중인 SAS 내 2개 공장 부지는 73만㎡(약 22만평)규모다. 이번에 매입한 부지 크기가 더 넓다. 삼성전자는 SAS 설립 당시 최대 공장 5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추가적인 3개 공장 부지 확보를 위해 부지를 매입한 듯하다"고 했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모형. 흰색 건물들이 앞으로 예정된 신규 팹 3곳이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공장 신설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파운드리(위탁 생산) 경쟁사 TSMC가 미국 공장 건설을 선언한 만큼, 삼성전자가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하고 공격적인 투자에서 나서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파운드리 시장 1위인 TSMC를 따라잡아야만 한다. TSMC는 2024년까지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약 13조원)을 투자해 5나노(nm) 파운드리 팹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오스틴은 ‘실리콘힐즈’로 불리는 미국 중부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중심지로, 삼성전자도 현지에서 AMD 등 주요 파트너사와 활발한 협업을 펼치고 있다"며 "미국은 여전히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역량에서 가장 앞서는 국가인 만큼, 오스틴 공장 증설은 언제든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