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지난 6일 오전 전남 영암군에 있는 한 닭 사육 농장에서 예방적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방역당국과 닭·오리 등의 가금류를 키우는 농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vian flu)는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나 야생조류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Virus)성 동물 전염병이다. 일반적으로는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지 않고 75도 이상의 온도에서 5분에서 조리하면 바이러스가 죽는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고병원성 AI가 사람에게 병을 일으킨 경우도 있다.

8일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등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경기도 여주의 산란계 농장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달 26일 전북 정읍의 오리농장에서 첫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전남 영암, 경북 상주 등의 오리와 산란계 농장에서도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것이다.

또 3000 마리에 달하는 메추리가 폐사한 충북 음성군 소재 메추리 농장과 전남 나주 육용 오리농장도 고병원성 AI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고병원성 AI가 전국적으로 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직 국내 농장간 수평 전파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경우 겨울 철새 유입이 많아 고병원성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겨울 기준으로 국내에 유입된 철새는 11월 71만마리, 12월 182만마리, 1월 163만 마리에 달한다. 국내 철새 도래지에서는 지난 10월 21일 고병원성 AI 항원이 처음 검출되기 시작해 8일 현재까지 이미 49건의 H5형 및 H7형 항원이 검출됐다. 이 중 고병원성으로 확인된 사례는 19건에 달한다.

세계적으로도 H5N8형 고병원성 AI는 헝가리·폴란드·러시아·영국·덴마크·프랑스·벨기에 등 21개국에서 749건이 확진 판정을 받을 만큼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했지만 아직 닭고기나 오리고기, 달걀 값은 예년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향후 AI가 확산되고 공급이 감소하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계란은 특란 10개가 1120원으로 평년 대비 1.3%, 육계는 kg당 1296원으로 평년보다 5.6%, 오리는 kg당 1446원으로 평년보다 20.5% 저렴하다.

고병원성 AI 발생에도 달고기와 오리고기 가격이 예년보다 싼 이유는 이달 초 기준으로 사육 중인 산란계, 육계 사육마릿수가 739만 마리, 882만 마리로 예년보다 각각 4.5%, 8% 많기 때문이다. 오리의 경우 사육두수는 93만마리로 예년보다 2.4% 적지만 냉동 오리 재고는 558만마리로 평년 재고(288만마리)의 2배에 가까운 물량이 남아 있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철새가 고병원성 AI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철새 유입이 증가하는 1월까지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닭이나 오리를 사육하는 사람은 항상 사육장을 청결히 하고 자주 소독을 하며 작업시에는 장갑과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작업이 끝난 뒤에는 목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