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늘어난 홈코노미族…미술품으로 꾸미고 재테크 하고
다양해진 미술품 구매 채널…백화점에서 온라인 경매까지 각광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테리어 등 집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홈코노미'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회화 작품과 조각 등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이전엔 미술품 구매가 부자들의 고상한 취미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나 선호하는 스타일의 작품이 있다면 비싼 비용을 치르더라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부동산 시장에서 부는 '똘똘한 한 채' 집중 현상과 비교하기도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잡다한 실내 장식을 최소화하는 대신 고가의 명품 가구나 예술품으로 실내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주는 게 트렌드가 됐다"면서 "예술품은 오래 소장하더라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오르는 경우가 많아 재테크 관점으로 접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옥션 12월 온라인 경매 입찰 현황.

◇간편해진 예술품 구매…백화점이나 온라인에서 '클릭'

예술품을 구입하는 채널도 다양해졌다. 예전엔 인사동을 중심으로 한 갤러리에서 작품 구입이 이뤄졌다면, 요새는 백화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미술품을 구매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9월 강남점 명품 매장에 예술 작품 120여점을 전시했다. 신세계갤러리가 직접 운영하는 이 공간에선 큐레이터가 상주하며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까지 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S.I.VILLAGE(에스아이빌리지)'도 지난 10월부터 앤디 워홀, 제프 쿤스, 데이비드 걸스타인, 최영욱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패션뷰티업계가 자사몰에서 오리지널 미술품을 판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가격이 2300만원으로 책정된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 작품 등 고가 작품들은 대부분 판매 첫날 팔렸다. 현재는 서울옥션의 미술 대중화 브랜드 '프린트 베이커리'와 손잡고 김환기, 김창열, 장폴아고스티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한정판 판화 에디션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경매도 미술품 구입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옥션(063170)은 오는 10일 오후 2시까지 '2020년 12월 온라인 경매'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지난 4일부터 10일까진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스페이스'에서 경매작 프리뷰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번 경매에는 스페인 여성화가 에바 알머슨, 단색화 거장 윤형근, 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 루이비통 디자이너 출신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다카시 무라카미, 호박 작가로 알려진 야요이 쿠사마 등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이 나왔다. 구매를 원하는 작품이 있다면 서울옥션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 희망가를 적어 응찰하는 방식으로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미술품은 작품의 상태에 따라 가격이 크게 변동한다는 이유로 실제 상태 확인 등을 위해 오프라인 경매에서 주로 거래돼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경매' 거래가 크게 늘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산업이 불황을 맞으면서 미술 시장도 위축된 상황"이라면서도 "오프라인 경매 제한으로 고가 상품 거래는 줄었지만, 온라인 경매가 대체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미술품 대중화로 중저가 작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온라인 경매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경매회사인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올 1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 경매를 각각 56건, 35건 진행했다. 특히 소더비가 7월에 연 화상 경매에선 총 낙찰금액 4355억원을 기록했고, 낙찰률도 93%에 달했다. 크리스티도 오프라인 경매를 중단하고 온라인 경매로 모두 전환한 뒤, 카테고리를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다.

안주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해 경매회사들이 오프라인 경매를 최소화하고 온라인 경매를 늘리고 있다"면서 "젊은 층이 대거 유입하면서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한 스트리트 아트, 아트토이 등으로 경매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3층 명품 매장을 갤러리 형태로 꾸미고 작품 전시와 판매를 하고 있다.

◇ '아트 플렉스' 後엔 '아트테크'

젊은층이 예술품 구매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배경으론 '아트 플렉스'가 꼽힌다. '플렉스'는 힙합 문화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으로 자신의 능력이나 소유물을 뽐내거나 자랑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고가의 자동차나 시계, 명품 브랜드 패션 등으로 플렉스를 해왔다면, 최근엔 예술품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자신이 소장한 작품을 통해 '예술적 감각'과 함께 '고가의 작품을 구입할 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인 태양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집에 설치된 백남준의 '수사슴' 작품을 공개하며 이목을 끌었다. 이 작품은 2018년 홍콩 경매에서 태양이 59만달러(한화 7억원)에 낙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은 이우환의 바람 시리즈 중 '동풍'도 소장 중이다. 바람 시리즈는 시장에서 10억~16억원에 거래되는 고가 작품이다. 같은 그룹의 멤버 탑도 연예계 대표적인 예술품 수집가다. 그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수입 95%를 예술품 구입에 지출한다고 스스로 밝혔을 정도다. BTS의 리더 RM 역시 예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RM은 지난해 서울 한남동의 한 갤러리에서 프랑스 출신 아티스트 티보 에렘의 작품을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 출연한 빅뱅 멤버 태양의 집에 전시돼 있던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작품 '수사슴'.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아트 플렉스 문화가 확산되면서 경매 출품작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엔 억대를 호가하는 고가 작품이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면, 최근 들어선 3000만원 이하 중저가 예술품들이 빛을 보고 있다. 최근 3년간 서울 옥션 경매 낙찰 현황을 살펴보면 3000만원 이하 작품 낙찰 개수는 2018년 867점에서, 2019년 1188점, 2020년 상반기 1421점으로 크게 늘었다.

'아트테크'도 미술품 대중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아트테크는 저평가된 예술작품을 구입한 뒤 추후 재판매로 시세차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2018년 미술품 공동구매를 통한 아트테크 플랫폼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아트테크는 대안 투자처로 급부상 중이다. 미술품 공동구매는 고가의 미술품을 다수의 투자자가 나눠서 구매한 뒤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매각 전에는 공동구매한 미술품을 고급 식당이나 대형 병원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들의 활발한 미술 투자로 경매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초저금리 시대에 아트테크가 새로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