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송 수지가 한진해운 파산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해운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구조적으로 해운업이 살아나는 국면에 있어 단기간 내에 업황이 얼어붙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다만 최근의 호황이 코로나 발 호황으로 기존과는 달랐기 때문에 아직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8일 해운업계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국내 해상운송수지는 지난 10월 1억57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4년 3개월만인 지난 8월 흑자로 전환된 후 석 달째 흑자 행진 중인데, 이는 국내 최대 국적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직전인 2016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해상운송수지는 지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한진해운이 무너진 뒤로 급격히 악화했다.

지난달 16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주요 국적선사의 실적은 선방 중이다. HMM(옛 현대상선)은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7185억원, 2771억원을 기록하면서 10년 만에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HMM을 비롯해 국적선사 상장사인 팬오션(028670), 대한해운(005880), KSS해운(044450)등 4개사를 합치면 3분기까지 매출은 전년 대비 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HMM을 제외한 팬오션, 대한해운, KSS해운 등이 최근 컨테이너운임 상승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부정기선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해운산업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본다"고 했다.

해운업계는 이같은 호황을 만끽하면서도 내년에도 지금의 상황이 이어질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전반적으로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최근의 호황이 코로나 여파를 딛고 다소 예상치 못하게 왔기 때문에 신기루처럼 사라지지는 않을지 염려하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업황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물동량과 선복량 변화, 유가 변동 추이, 운임 강세 지속 여부 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올해 선사들의 실적을 견인한 물동량이 내년에도 이어질지 여부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을 못 했던 물동량이 하반기 몰린 데다,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중국 춘절 등이 겹치면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SCFI는 지난 4일 기준 2009년 10월 지수가 만들어진 이후 최고점인 2129.26을 기록했는데, 지난 9주 동안 계속 상승하고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쌓여있던 물동량이 해소되고, 최근 선복량이 느는 추세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지금과 같은 호시절이 잠깐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프랑스 해운산업 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11월 1일 기준 글로벌 전체 주간 선복량은 52만6352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전년 동기 대비 16.75% 늘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의 성수기인 연말연시가 지나면 지금보다는 물동량이 감소할 것"이라면서 "여기에 선복량까지 증가하면 현재와 같은 수급 불균형이 해소돼 운임이 떨어지고, 이는 곧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일러스트=양승용

국제유가가 내년에 상승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보통 유류비 지출은 해운업체 매출의 15~30%를 차지하는데, 올해는 HMM의 3분기 매출 대비 유류비 지출이 10.1%에 불과하는 등 저(低)유가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 개발 소식 등으로 인해 국제유가는 다시 오르는 추세다. 지난 3일(현지 시각)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49.60달러에 거래되면서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세가 계속되는 컨테이너선 운임과 달리 벌크선, 탱커선 운임이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불안요소다. 광물과 곡물 등을 운반하는 벌크선 시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은 글로벌 경제의 기초가 튼튼하지는 않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4일 1189를 기록하며 지난 10월 일시적 반등 이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00대였던 점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유류품을 운송하는 탱커선 역시 지난 5월 산유국의 감산 합의 등 여파로 급락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벌크선 운임의 경우 중국 석탄 수입정책에 따라 변동성이 클 뿐 아니라 환경 규제 영향으로 석탄의 수요도 크게 줄어들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유조선의 경우에도 원유나 석유제품 등 수요가 당장 회복될 것 같지 않아 전망이 밝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