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데이터청' 주도권 놓고 통계청·과기부·행안부 물밑 경쟁
과기부 "데이터 플랫폼 및 네트워크 구축 721억5000만원 확보"

통계청의 30여개 통계 시스템을 통합·연계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첫 단추였던 ‘차세대 통계청 정보화 전략 계획(ISP)’ 수립 예산 8억원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한국판 뉴딜 사업 일환인 데이터청 관련 논의가 정해진 뒤 사업을 추진하라는 이유에서다. 신설될 데이터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현재 통계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등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회 본회의가 지난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고 있다.

6일 통계청과 국회 등에 따르면, 통계청은 2021년 예산안에 ‘차세대 통계청 정보화 전략 계획(ISP)’ 수립 예산 8억원을 요청했다. 현재 운영중인 국가통계포털(KOSIS), 마이크로데이터통합서비스(MDIS), 통계지리정보서비스(SGIS) 등 30여개 통계 시스템을 연계하거나 통합하고 통계 수집부터 활용까지 이르는 전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ISP는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기 전 구체적 사업 추진 방식과 소요 예산 등을 확정하기 위해 수행하는 연구로, 정부 부처가 정보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첫 단계다.

그러나 국회는 통계청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야당 의원 등을 중심으로 ‘데이터청 등 관련 논의가 명확해진 뒤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청도 데이터 경제에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통계 시스템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범국가적 데이터 정책을 수립하고 공공·민간 영역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연계·활용하기 위해 민관합동 컨트롤타워인 데이터청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까지 총 사업비 18조1000억원을 투자해 데이터 수집과 가공, 거래와 활용 기반을 강화해 데이터 경제를 가속화하고 5세대(G) 이동통신 전국망을 통한 전 산업의 5G·인공지능(AI) 융합을 확산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른바 ‘데이터댐’ 사업으로, 이 사업을 주도할 조직이 데이터청이다.

관가에서는 통계청이 ISP 예산을 요청한 배경과 그 예산이 삭감된 배경에 부처간 데이터청 주도권 확보를 위한 물밑 경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판 뉴딜이 나온지 5개월이 흘렀지만 신설 조직에 대해 구체적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청, 행정안전부 등은 최근 부처간 협의를 거의 마무리했고 이 조직의 구성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통계청은 통계 분야 전문성이라는 명분이 있다면, 과기부는 정보통신기술 분야 전문성이란 장점이 있다. 행정안전부는 공공 데이터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과기부는 지난 2일 빅데이터 플랫폼 및 네트워크 구축 사업 관련 2021년 예산으로 721억5000만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ISP 수립 예산은 데이터청과 관계가 없다"며 "시스템간 연계가 안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면이 있어서 내부 시스템을 다듬어 연계하기 위한 예산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