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文정부가 부동산 정책 낫다"
'임대차 3법'엔 "이 갈등기만 겪으면 된다"
2018년 인터뷰에선 '3+3' '2+2+2' 주장도
"더 적극적으로 조세·임대료 규제 밀어붙였으면"
이한상 교수 "쓰레기차 나갔더니 똥차가 오는 느낌"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후임으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지명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낫다" "(상중하 중) 중상 이상은 된다"는 과거 발언이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김현미보다 더 한 사람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변창흠 LH공사 사장이 지난 10월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변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도시계획학으로 석사, 행정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와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인 2014년 1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SH공사 사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2019년 4월 LH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기존 정책의 효과를 점검하면서 양질의 주택공급을 더욱 가속화하는 등 현장감 있는 주거 정책을 만들어 서민주거 안정, 그리고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수현 전 靑 정책실장과 가까운 사이

그러나 변 내정자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변 내정자는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만들어 낸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를 닦았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변 내정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때인 2014년 11월부터 3년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있으면서 당시 서울연구원 원장이던 김수현 전 실장과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했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 공약사업인 '도시재생 뉴딜'로 이어졌다.

변 내정자는 지난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서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을 비교하면 이 정부가 가장 낫다"고 말했다. "상황이 다 달라서 (평가가) 어렵다"면서 "앞의 두 정부는 비교적 (부동산 정책을 펴기에) 쉬운 시기였다"는 말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상중하'로 평가하라는 질문을 받고는 "'중상' 이상은 된다"고 답했다.

변 내정자는 전·월세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된 '임대차 3법'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공부를 한 사람으로서 임대료 인상을 목적으로 2년마다 사람을 나가게 한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충분한 기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는다"며 "주택을 시장에 완전히 맡기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전세값이 급등하고, 임대인과 임차인간 분쟁이 크게 늘어난 것과 관련해서는 "1989년까지 1년 단위였던 전세 계약이 2년으로 늘었고, 이제 2년을 더 늘렸으니 이 갈등기만 겪고 나면 4년씩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어 "문제를 키우기보다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방어할 것이냐에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혜훈 "김현미가 종범이면, 변창흠은 주범"

변 내정자는 LH공사 사장에 임명되기 전인 2018년 1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임차인을 보호하려면 최소 6년을 안정적으로 살게 해줘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바꾸고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번 주는 '3+3', 또는 임대차 기간을 2년으로 현행을 유지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두 번 주는 '2+2+2'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지난 9년간 부동산 규제가 풀려서 가격이 오를 때 (임기가) 시작했다. 그동안 잘 헤쳐 왔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조세정책이나 임대료 규제 정책을 밀어붙였으면 부동산 투기 열풍을 견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변 내정자의 과거 발언이 알려지자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은 "김현미보다 더한 사람이 왔다", "세금으로 집값 잡겠다니…", "집값 더 폭등하겠다"는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소속 이혜훈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변 내정자는 김 장관보다 더할 사람"이라며 "'김수현 사단'인 변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이론가요 뒷배였으니, 김 장관이 종범(從犯)이라면 변 내정자는 주범(主犯)"이라고 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쓰레기차 나갔더니 똥차가 오는 느낌"이라며 "현 정부의 주택 정책 기조를 만든 김수현 전 실장보다 더 강경하게 집은 자산이 아니라 거주공간이라고 외치는 분이라, 결국 이 정부에서 더 이상 부동산 정책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고 썼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장관 교체에 대해서는 "경질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맡은 바 소임을 다했고, 많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교체 이유에 대해서는 "실제 현장에서 주택을 공급하고 건설을 해 온 분이 체감형 정책을 추진하고, 달라진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