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 배당 약속했지만 "회사 어려운 상태, 정상화 노력 중"

개인으로부터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5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모은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올해 매출이 100억원이 될 것"이라며 홍보해 크라우드 펀딩 중개 플랫폼 ‘와디즈’에서 투자자 349명에게 자금 5억6000만원 이상을 모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업이익 등이 담긴 3분기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았다. 유명 게임업체 엔씨소프트(036570)의 리니지2 아트디렉터 출신 대표가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을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펄사 크리에이티브 본사가 위치했던 경기도 분당구 수내동 사무실. 현재는 복사기 한 대만 앞에 놓여있고 텅 비어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 및 투자자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 펄사 크리에이티브(펄사) 임직원들은 지난달 경기도 분당구 수내동 본사 사무실에서 퇴거한 상태다. 정모 대표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새로 사무실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 2일에도 투자자 게시판에 "회사가 어려운 상태지만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투자자들에게 투자확인서 발급을 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대표는 페이스북에 "와디즈 투자를 진행할 당시 회사의 투자 진행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믿고 투자해주신 소액 주주분들께는 어찌되었든 실망스런 성과를 안겨드리게 되어 한없이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최선을 다해 위기를 넘겨보고자 노력 중"이라고 했다.

펄사는 지난 1월 31일부터 3월 11일까지 와디즈를 통해 5억6304만원을 모집했다.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상환우선주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상환우선주는 만기를 정해놓고 만기에 회사가 주식을 되사주는 조건의 주식이며 이익이 나면 배당도 제공한다. 펄사 크리에이티브는 연 2%의 최저배당율을 약속했고 2023년 3월 24일을 만기로 설정해 투자금을 상환해주기로 했었다. 투자자들은 이런 조건을 믿고 주당 6만9000원에 1인당 최대 690만원을 투자했다.

펄사는 유력 게임회사 출신들이 2014년에 만든 회사다. 정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히트작 리니지2 아트디렉터 출신으로 유명 원화가(게임의 배경 콘셉트를 그리는 사람)다. 또 NHN게임즈 그래픽 팀장 출신 박모씨, 웹젠 출신 강모씨 등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과 온라인 모바일 게임 개발 인력들이 회사의 주 인력이었다.

펄사의 현재 자산가치는 투자자에게서 받은 5억6300만원 보다도 낮게 떨어진 상태로 추산된다. 펄사에 지분을 투자한 게임회사 위메이드(112040)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9월말 기준 펄사의 현재 순자산가치(부채를 제외한 자산)는 4억9586만원이다. 위메이드는 2015년 2월 20억원을 투자해 펄사 주식 4만주(지분율 21%)를 샀는데 현재 지분가치는 1억414만원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신생업체가 자금을 비교적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턱이 너무 낮아 피해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크라우드 펀딩 관련 피해구제 요청 건수는 2017년 1건에서 2018년 22건, 작년에는 66건으로 늘었다. 지난 4월 한 신발 제작업체는 와디즈에서 수제 스니커즈를 팔았다가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을 베꼈다는 논란이 일면서 펀딩이 취소되기도 했다.

펄사 투자자들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업체인 와디즈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 투자자는 "와디즈는 펄사의 3분기 재무제표를 받아 게시했어야 했는데 이런 의무를 하지 않은 것은 투자 중개업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와디즈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기본적인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투자 중개업체가 증권신고서 작성, 기업의 위험도에 대한 공시 등의 업무만 대행하면 그 이후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플랫폼 업체에도 일정 부분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는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보호 의무를 입점업체에 떠 넘기고 자신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 플랫폼 업체를 겨냥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플랫폼을 통해 판매된 상품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거래 관여도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도 책임을 지게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