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일상화에 VR 수요 증가… 시·청각 넘어 촉각 구현 중
홍승범 교수팀, 구부러지지 않는 기존 압전소재 단점 극복

연구팀이 개발한 3D 압전 세라믹 소재의 단면 구조.

국내 연구진이 가상현실(VR) 속에서 촉각을 민감하게 구현할 수 있는 웨어러블 컨트롤러용 신소재를 개발했다.

카이스트(KAIST)는 홍승범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촉각 구현 기술에 활용이 가능한 ‘3차원(3D) 압전 세라믹 소재’를 만들었다고 2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높아지면서 VR 콘텐츠의 활용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뉴딜’의 일환으로 VR 콘텐츠 기반 서비스 개발을 위해 추경 예산 20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시각과 청각 중심의 현재 VR 콘텐츠에 촉각까지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가상의 촉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압전 소재가 필요하다. 압전 소재는 압력을 전기로, 또는 전기를 압력으로 바꾸는 데 사용되는 물질이다. 사용자가 컨트롤러에 가하는 압력을 전기 신호로 바꿔 VR 속에서 상호작용하도록 하고, 반대로 적절한 전기 신호를 압력으로 바꿔 사용자가 촉각을 느끼도록 한다.

현재 쓰이고 있는 압전 소재는 세라믹이다. 세라믹은 다른 재료들보다 약한 압력과 전기 신호도 감지하고 전달할 수 있어, 컨트롤러로 만들면 촉각의 감도(압전계수)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잘 구부러지지 않아 햅틱 장갑 등 웨어러블 컨트롤러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세라믹 대신 고분자 소재를 활용해 유연하게 만든 컨트롤러도 있지만 감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세라믹에 나노 기술을 적용, 소재 내부구조를 교량을 떠받치는 골격인 ‘트러스’ 구조처럼 바꿨다. 이렇게 만든 ‘3D 압전 세라믹 소재’는 유연성의 척도인 ‘탄성변형률’이 기존 세라믹보다 3배 높아진 동시에 감도까지 2배 이상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 소재를 적용한 VR컨트롤러를 만들기 위한 제작공정 등을 개발하고 있다. 홍 교수는 "세라믹 소재의 활용에 문제가 됐던 기계적(유연하지 못한) 한계를 극복해 촉각 구현 기술 발전에 기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