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이 통합을 위한 첫 고비를 넘긴 가운데 두 항공사 직원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거대 항공사로 거듭날 것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1일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가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의 제 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을 무효화 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한진칼은 예정대로 신주를 발행하게 되고, 산업은행의 지원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객실 승무원들.

한진그룹은 법원 결정이 나온 뒤, 입장문을 내고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갖는 큰 의미와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항공산업 구조 재편의 당사자로서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인수 대상자인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인력감축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음에도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아시아나항공 한 직원은 "당연히 언론에는 인력감축 안 한다고 하겠지만 중복 인력을 수년동안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내부적으로 이직을 고려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년 가까이 아시아나항공에서 일하던 직원 A씨는 최근 국내 대기업 경력직 채용에 응시했다. A씨는 "항공사 근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곳이라면 좋겠지만, 분야와 상관 없이 안정된 직장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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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질 경우 중복 필수인력만 800~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마저도 2024년은 돼야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한 항공 수요가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복 인력을 유지시키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과의 통합으로 차장급 이상 임직원 대부분이 교체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항공사 조직이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빠르게 아시아나 조직을 장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한항공의 각 부서 차장급 이상 직원들을 부장·임원으로 승진 시켜 아시아나항공의 유사 부서로 이직하게 하거나 파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1999년 기아자동차가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직후 실무 부서로 현대차 간부들이 이동한 전례가 있다. 당시 현대차에서는 차장급 직원을 기아차 같은 부서에 부장으로 승진 시켜 발령을 냈다. 결과적으로 이 때문에 부장급, 차장급 직원들이 줄줄이 사직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그동안 비교 대상이었던 경쟁사가 사라지니 실무 부서가 스트레스받을 일도 줄었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과) 서열 정리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먼저 머리 숙이고 들어와라"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직원은 "일례로 조종사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입사할 때 의무 비행 시간 등 지원 조건부터 다르다"며 "두 회사가 합쳐져도 직급에서 차이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강하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