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HMM이 2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키로 하면서 여의도 증권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통상 연말에는 매력적인 대형 딜(deal)이 드문데, HMM이 3년 만에 돌아오면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죠.

HMM이 자본시장을 통해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2017년말 유상증자 이후 3년 만입니다. 당시 유상증자는 흥행에 참패했고, 주관사로 나섰던 증권사들이 잔여 물량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HMM(당시 현대상선)은 계약에 따라 많은 수수료를 지급해야 했죠. 당시만 해도 골칫덩이 취급을 받았던 HMM이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주관사 선정을 앞두고 HMM을 직접 찾는 증권사가 많았고, CB 청약을 문의하는 투자자들의 연락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라고 평합니다.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의 HMM 컨테이너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HMM은 오는 10일 2400억원 규모의 5년 만기 CB발행에 나섭니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KB증권이 대표 주관사로 선정됐습니다.

오는 7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일반공모 청약은 흥행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정기예금보다 금리(만기 3%)도 상대적으로 높고, HMM의 주가가 전환가보다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실현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환가액은 오는 2일 결정될 예정인데 현재 1만2850원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날 종가 기준 HMM의 주가는 1만3350원입니다. 이밖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과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조항 등 안전장치가 달렸습니다.

HMM의 CB 발행 관련 인터넷 투자커뮤니티에는 기대감을 이야기하는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천문학적 손실을 안겨줬던 현대상선이지만 이번엔 해야겠다" "과거와는 다르다" 등입니다. 채권투자 전문가인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이사는 "국책기관들이 소유하고 있어 신용위험이 매우 낮고 이율에 옵션을 고려할 때 투자매력이 크다"고 투자하기에 적합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불과 3년 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2017년 10월 당시 현대상선은 유상증자로 7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주가가 내리막을 타자 계획을 수정해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2300억원 규모의 주식이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참패’라는 평가가 따라붙었습니다.

유상증자 주관 업무를 맡았던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약 4660만주에 달하는 실권주를 떠맡았습니다. 당시 유상증자 신주 발행 가격은 5000원이었는데요, 이후 현대상선 주가가 2000원대까지 추락하면서 주관사들도 상당한 손실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러자 현대상선은 사실상 자본시장에서 외면받았습니다. 이후로도 수차례 투자를 받았는데, 투자자는 대부분 산업은행이었습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사정을 설명해도 들어주지 않던 여의도 증권가였는데, 이번엔 반대로 HMM이 말하지 않아도 관심을 보이는 상황으로 바뀌었다"며 "HMM 입장에선 격세지감 그 자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HMM은 향후 전망도 좋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HMM에 BB0 등급을 부여하고 긍정적(Positive)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HMM이 올해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호실적을 낸 영향이 컸습니다. HMM은 연결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387억원을 기록해 5년만에 흑자 전환했습니다. 이어 올해 3분기에도 영업이익 2771억원을 냈습니다.

10년만에 연간 흑자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7일 기준 2048.27을 기록했습니다.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점을 매주 경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선사의 이익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유가(油價)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SCFI 지수가 850만 넘으면 지속적으로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물론 위험요인도 존재합니다. 코로나 사태는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언제든지 ‘봉쇄령’에 따른 물동량 급감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올해는 해운동맹인 얼라이언스들의 공조로 잘 넘겼지만, 언제든지 깨질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HMM 역시 ‘핵심투자위험 알림문’에서 "얼라이언스들이 주도하는 컨테이너 운임인하 경쟁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시장 내 존재하고 있다"며 "물동량 증가가 축소되거나 선사들의 자발적 공급 축소가 지속되지 않을 경우 운임상승 추이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HMM이 증권가에 이어 투자자들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