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슈퍼카 업체들이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슈퍼카 브랜드 판매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이들 중고차 수요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체 입장에선 중고차 감가율을 낮추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허위 매물에 지친 중고차 소비자들은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친 인증 중고차에 매력을 느끼면서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람보르기니 인증 중고차 전시장 내부.

30일 업계에 따르면 람보르기니는 최근 서울 동대문에 공식 인증 중고차 전용 전시장을 열었다. 람보르기니의 인증 중고차 시스템은 '셀레지오네 람보르기니 프로그램(Selezione Lamborghini Program)'이라고 불린다. 람보르기니의 숙련된 기술자가 150가지 항목에 대한 품질 검사를 진행하며, 이를 통과한 차량만 매입해 판매한다. 품질 검사에는 엔진, 변속기, 차체, 전자시스템, 인테리어뿐 아니라 주행 테스트까지 포함돼 있다.

람보르기니가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든 것은 최근 들어 신차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람보르기니는 올해 1~10월 255대를 판매했는데, 작년 같은 기간 130대와 비교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신차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중고차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2018년 11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람보르기니 데이 서울 2018’ 행사에서 전시된 우루스(왼쪽)와 아벤타도르.

또 다른 슈퍼카 브랜드인 포르셰와 페라리, 마세라티는 람보르기니보다 앞서 인증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페라리의 경우 2017년부터 인증 중고차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지난해 단독 전시장을 내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인증 중고차는 엄격한 품질 인증을 앞세워 수백만원씩 프리미엄이 붙는다. 슈퍼카처럼 고가의 차량일수록 소비자는 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중고차를 찾고, 차 업체들은 중고차 잔존가치를 방어할 수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게다가 신차를 계약하면 인도받기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반면, 인증 중고차는 원하는 조건의 차가 있다면 곧바로 인도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외에도 현재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는 수입차 업체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볼보, 미니, 렉서스, 포드·링컨, 재규어·랜드로버, 푸조 등 14개 브랜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가입된 수입차 브랜드 23개 중 절반이 넘는다. 이들 브랜드도 매해 판매망을 확대하는 추세다.

벤츠 인증 중고차 가양 전시장.

벤츠는 올해 전국에 인증 중고차 전시장 21곳을 갖춰 수입차 브랜드 중 최대 규모로 판매망을 구축했다. 벤츠는 정식 수입 차량 중 무사고 6년 또는 주행거리 15만㎞ 이내 차량을 매입해 198개 항목을 검사한다. BMW도 5년이나 10만㎞ 이하인 BMW·미니(MINI) 차량을 대상으로 72개 항목에 대한 정밀 점검을 거친다.

아우디는 지난달 대전과 양산에 각각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새로 열면서 아우디 공식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11개로 확대했으며, 볼보도 지난달 경기도 수원에 인증 중고차 전시장 마련해 총 세 곳으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