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능도 시험을 볼 수 있는데, 응시자가 적은 임용시험은 왜 안된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대입 수험생의 기회가 소중하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임용 시험 준비생도 대입 수험생 못지않게 절박합니다."

대학교에서 교직 이수를 마치고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정교사 임용을 꿈꿔온 친구의 푸념이다. 그는 "빨리 코로나 검사에 응한 사람만 시험을 치르지 못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나였어도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해열제를 먹어서라도 시험장에 들어가려 했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21일 중등교사 임용고시 1차 시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 67명이 결국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은 클럽 등 유흥시설을 방문했거나 방역수칙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한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눈물이 난다’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확진자는 도서관 열람실과 복사실, 식사하기 위해 편의점만 오갔기 때문이다.

임용고시생 67명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응시생과 수백개의 자격시험 응시자 등 수십만명도 시험을 치르는 데 차질이 생겼다. 확진자뿐만 아니라 자가격리자도 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돼 1년에 한 번 있는 기회를 놓치면, 자격증이 없어 취업 기회까지 잃게 된다.

코로나로 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되면 시험장 방역에 구멍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 확진자의 시험 응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오히려 감염 사실을 숨기게 돼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며 시험 응시 대책을 세우라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로 취준생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임용고시 및 국가시험 관련 ‘코로나 확진자 응시 불가’ 조항을 재검토해주세요’ 제목의 청원글은 43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청원자는 "시험 직전 각종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열이 안 나게 하는 법 등을 공유해주는 등 상당히 큰 불안감이 조성됐다"면서 "코로나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확진자도 시험을 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도 옳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확진으로 시험을 보지 못한 67명에 대한 추가 시험 등 구제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가자격시험 응시와 관련해서도 시험 응시와 관련해 기관끼리 책임만 떠넘기면서 수험생의 불안감만 키우게 됐다.

수능만큼이나 임용시험과 다른 국가자격시험 모두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달린 중요한 과정이다. 똑같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도 수능 응시생은 구제를 받고, 다른 시험을 준비해 온 사람들은 기회를 박탈한다면 누가 이를 납득할 수 있을까.

코로나가 국내에서 확산된 지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다른 국가시험 응시생 구제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