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직후 통상 조직 떼려던 文 정부, 오히려 조직 확대
산업부, 탈원전 정책으로 감사원 감사·검찰 수사 받게 돼
다음 정권에서 에너지 정책 바뀌면 산업부 조직 또 바뀔수도

"에너지 전환 정책이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에 에너지 전담 차관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자력발전소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를 받은데 이어 검찰 수사도 받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라인에 차관직을 신설하겠다고 지난달 27일 밝힌 뒤 산업부 내에서는 기대감과 부담감이 교차하고 있다.

에너지 차관이 신설될 경우 산업부는 국내 중앙부처 중 유일하게 본부에 3명의 차관을 보유하게 된다. 산업부의 정부 내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조직내 인사 적체도 상당히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을 산업부가 적극적으로 이행한 데 따른 보상 성격으로 차관 자리를 늘려주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 산업부의 통상 조직을 떼어내 외교부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이후 산업부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수행하면서 감사원 감사에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되자 문 대통령이 부채 의식을 느끼고 조직을 더 키워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재 산업부는 산업과 에너지·자원 분야를 담당하는 박진규 차관과 통상 무역 분야를 담당하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등 2명의 차관급 직제를 운영중이다.

주영준 에너지자원실장은 에너지혁신정책관, 자원사업정책관, 원전산업정책관, 신재생에너지정책단장 등 4개의 국장급 보직을 관할하고 있다. 각각 전력,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원자력발전,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나눠 맡는 구조다.

에너지 차관이 신설될 경우 1실 4국 체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2실 이상의 체제로 확대되지 않는다고 해도 정원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보건 분야를 전담하는 2차관직이 신설됐는데 추가 ‘실’ 신설 없이 44명의 인력이 늘었다.

문 대통령의 에너지 차관 신설 언급은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의 산업부 격려 방문과 시기가 겹쳐지면서 ‘에너지 라인 달래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달 25일 산업부를 직접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주로 5층에 위치한 에너지자원실 일대가 정 총리 방문 당시 동선이었다. 정 총리는 원전 담당 부서 앞에서는 "아주 힘든 일을 처리해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정세균(오른쪽) 국무총리가 적극 행정 우수부서 시상을 위해 지난달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해 시상식을 마친 뒤 사무실을 둘러보며 원전산업정책국 원전수출진흥과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에너지 라인 달래기는 산업부 내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올해 하반기 산업부에서 선발된 해외 연수자 10명 중 4명이 에너지자원실 소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업부 내에서는 에너지 정책이 정권의 변화에 따라 급변하는 상황에서 차관직 신설과 조직 확대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청와대가 제시한 목표는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고민도 있다.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인데, 최근 정부는 원전을 줄이면서도 2050년까지 국내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만드겠다는 ‘탄소 중립’ 목표까지 발표했다.

이 때문에 원전 및 에너지 관련 부서는 한 때 산업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부서였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해외 연수·근무 등의 기회가 많은 통상 쪽 부서들에게 내준 상태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10월 20일 공개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한수원 전망단가가 실제보다 낮게 추정된다는 점을 알고도 이를 보정하지 않고 전기 판매 수익, 즉 경제성을 낮게 추정했고 그 과정에 산자부 직원도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검찰도 이와 관련한 수사를 하면서 지난 5일 산업부, 한수원, 한국가스공사 등과 청와대에 근무했던 산업부 인사들의 자택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수행한 산업부 조직을 키운다고 해도 향후 정권이 바뀌면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산업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의 성격이 조금씩 달라졌다. 2008년 지식경제부로 개편된 산업부는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상 조직을 당시 외교통상부에서 받아와 현재의 산업통상자원부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통상 조직을 다시 외교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지역산업 지원에 관한 업무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이관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