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만드는 ‘나노소포체’, 혈관 끈끈하게 만들어 암세포 다른 장기 이동 도와

연구팀의 성과가 표지논문으로 실린 국제학술지 ‘ACS 나노’의 표지.

국내 연구진이 칩 형태의 인공 간을 만들어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자세히 밝혀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조윤경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인공 간 칩’을 이용해 나노소포체가 암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실험적으로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나노소포체는 세포 활동 시 생기는 30~1000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덩어리다. 학계에서는 암세포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나노소포체의 도움을 받아 다른 장기로 이동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험적으로 확실히 규명되지는 않은 상태다. 실제 복잡한 생체활동이 일어나는 몸속에서 이 나노소포체의 정확한 역할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학계가 추측한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되는 과정(A)과 실제 인공 간 칩을 통한 실험으로 이를 밝힌 과정(B).

연구팀은 칩 위에 간세포를 이용해 간 기능만 구현한 인공 간 칩을 만들고 암세포를 배양했다. 관찰 결과 암세포가 만든 나노소포체는 혈관벽을 더 끈끈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암세포는 혈관벽에 기존 대비 3배 이상 더 강하게 달라붙을 수 있고, 혈관을 통해 다른 장기로 이동할 기회도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세포가 만든 나노소포체는 이같은 작용을 하지 않았다.

제1저자로 참여한 김준영 박사는 "나노소포체에 의한 암 전이 과정을 이해하는 데 칩 위의 장기 기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적용했다"며 "인체 간 조직과 유사할 뿐만 아니라 혈액을 흘려보낼 수 있어 혈액 속에 포함된 나노소포체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는 유방암 세포를 이용했지만 췌장암, 대장암 등 다른 종류의 암세포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다. 조 교수는 "간은 전이 확률이 높고, 전이 시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며 "이번 연구가 항암 치료법의 개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미국화학회지(ACS)가 발간하는 ‘ACS 나노(ACS Nano)’에 지난 24일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