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1회 충전으로 더 멀리 가는 전기차를 만들기 위한 완성차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전기차 제조사들의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다. 1회 완전 충전 시 주행거리는 단순히 배터리 성능이 아니라 전체적인 구동계의 메커니즘에 따라 결정된다. 1회 충전으로 더 많은 거리를 주행하는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해당 업체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성적표인 셈이다.

2019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탑재된 현대차의 콘셉트카 전기차 ‘45’

주행거리를 늘리려고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차 무게가 늘어나고 서스펜션이 딱딱해지면서 승차감이 떨어진다. 최적의 효율을 내기 위한 모터와 배터리, BMS(배터리 관리시스템) 등이 종합적으로 균형을 이뤄야 높은 수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전기차를 내놓는 완성차 업체는 뛰어난 주행거리를 내세우며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루시드 모터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 출시할 신차의 환경보호청 인증 주행거리는 832km가 될 것'으로 공언했으며 테슬라도 2021년형 모델3에 82kWh 용량의 파나소닉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를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내년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주행거리 500km'를 넘기기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는 중이다.

2020 출시 주요 전기차 모델 주행거리 비교.

올해 국내에서 출시된 주요 전기차들을 단순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1회 충전으로 가장 멀리까지 도달할 수 있는 차량은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의 2020년형 볼트 EV다. 이전 모델의 주행거리는 383km에 불과했으나 66kWh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가 414km로 대폭 늘었다.

모터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동력 성능을 낸다. 전장·전폭·전고가 4165·1765·1610mm 크기의 소형차이지만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과 미션 등을 제거해 넉넉해진 실내공간도 특징이다.

GM 쉐보레 볼트EV.

현대자동차의 코나 일렉트릭(EV) 역시 1회 완충으로 4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코나EV는 64kWh의 국내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고효율 고전압시스템, 회생제동시스템 등을 통해 1회 충전 주행거리 406km로 전기차 인증을 받았다. 일반 내연기관 엔진 기준으로 204마력의 힘을 낸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코나EV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현대 전기차다. 현대차는 올해 1~7월 유럽에서 총 20만4737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이 중 8.1%에 해당하는 1만6511대가 코나 EV다. 지난 8월 코나는 독일의 레이싱 서킷 유로스피드웨이 라우지츠에서 차량 내 모든 전자기기를 끄고 시속 30km 정속주행으로 1회 충전 주행거리 1000km를 돌파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기술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어 기아자동차의 쏘울 EV 노블레스 트림이 주행거리 386km를, 영국 재규어에서 올해 최초로 선보인 전기차 I-페이스 EV320이 333km의 주행거리를 기록하며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포르셰 타이칸 4S.

5위부터 7위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프랑스 르노의 조에와 벤츠가 기존 EQC모델에 소비자 편의사양을 추가해 지난 6월 선보인 더뉴 EQC 400 4MATIC 프리미엄이 309km를, 아우디의 최초의 순수 전기차 E-트론 55 콰트로가 307km의 주행거리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6일 국내 출시된 포르셰 최초의 순수 전기차 타이칸 4S는 퍼포먼스배터리 플러스 기준 주행거리 289km에 그쳤다. 최고속도는 250㎞/h, 최대 충전 전력은 퍼포먼스배터리가 225㎾, 퍼포먼스배터리 플러스가 270㎾다. 포르셰 코리아는 이날 선보인 타이칸 4S를 시작으로 타이칸 터보S와 타이칸 터보를 순차적으로 출시해 포르셰 전기 스포츠카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다.

테슬라 모델Y.

국내 완성차 업계는 내년을 목표로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 NE(개발코드명)와 제네시스 전기차 JW, G80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NE는 기본형에 58㎾h 배터리, 항속형에는 73㎾h 배터리가 탑재돼 각각 354㎞, 450㎞ 주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기아차는 내년 2분기에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전기차 2개 차종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쌍용자동차는 내년에 코란도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첫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급 전기차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400km를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