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올버즈·레이... 블프 기간 매장 문 닫고 가격 인상
그들이 '블프 보이콧' 나선 이유는... "쇼핑 대신 휴가 즐기세요"

파타고니아는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덜 사고, 더 요구하세요' 캠페인을 진행한다.

27일(현지시각) 미국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블프)를 맞아 전 세계 유통업계가 할인 행사에 한창인 가운데, '블프 보이콧'을 외치는 기업들이 있어 화제를 모은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덜 사고, 더 요구하세요(Buy Less, Demand More)' 캠페인을 출범했다. 의류 산업이 야기하는 사회적 환경적 폐해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소비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연중 소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에 쇼핑을 지양하자는 운동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파타고니아는 소비자들에게 "소비를 줄이는 행동이 곧 지구를 되살리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더 적은 소비'를 통해 새 옷을 만들기 위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과 각종 폐기물, 물 사용량을 줄이고, 소비자가 기업에 재활용 제품 생산 및 유기농 원단 사용, 공정 무역 생산 등을 '더 많이 요구'함으로써 환경 문제를 야기하는 제품 생산 과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파타고니아는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에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광고를 게재한 것을 시작으로, 소비 지양 캠페인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2016년에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발생한 매출 100%를 풀뿌리 환경단체에 기부했고, 2019년에는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한 달간 환경단체에 기부할 천만 달러를 모금하는 캠페인을 펼쳐 17일 만에 모금액을 조기 달성했다.

이와 관련 라이언 겔러트 파타고니아 최고경영자(CEO)는 "오늘날 우리는 패션 산업과 블랙 프라이데이가 초래한 기후 위기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새 옷이 아닌 헌 옷을 사게 되면 그 옷의 평균 수명이 2.2년 연장되어 탄소, 폐기물, 물 사용 발자국을 73%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타고니아는 2025년을 목표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을 재활용 소재, 혹은 재생 가능한 소재로 만들고, 현재 제품군의 83%에 적용되고 있는 공정 무역 봉제 비율을 더 확대할 예정이다.

“우리는 블프에 문 닫아요”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레이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매장 문을 닫고 전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준다.

미국 친환경 신발 브랜드 올버즈는 블프 사재기로 인한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27일 하루 동안 전 제품의 가격을 1달러(약 1100원)씩 인상한다. 인상분으로 얻은 수익금은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설립한 청소년 국제 환경 운동 단체인 '프라이데이 포 퓨처'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 캠페인은 미국, 유럽, 뉴질랜드, 호주에서 진행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올버즈는 양모와 유칼립투스 잎, 플라스틱 폐기물 등 친환경 소재로 신발을 제작하며, 생산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전 제품에 표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만든다는 회사의 가치관을 반영해 블랙프라이데이에 쇼핑을 자제하는 캠페인을 벌여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웃도어 업체 레이(REI)는 2015년부터 블랙프라이데이 유급휴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매 기업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매장 영업을 연장해 재고떨이에 나서는 것과 달리, 이 회사는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이틀 간 매장 문을 닫고 직원들에게 휴가를 준다. 대신 #OptOutside라는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과 휴식 정보를 제공해 쇼핑 대신 휴일의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독려한다.

일각에선 블랙프라이데이에 매장을 폐점하는 것이 큰 손실을 가져올 거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한 조사에 따르면 레이가 #OptOutside 캠페인을 시작한 2017년 이후 브랜드 인지도는 14% 상승했고, 매장 방문은 3.6배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