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자 제주로 유입된 인구가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에서 한 달 살이를 하는 20대나 해외 유학을 하다가 돌아온 제주 국제학교로 자리잡는 ‘리터니(returnee)’가 많아진 탓이다. 이와 함께 제주 지역 아파트의 거래량이 반등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제주 부동산 시장이 오랜 불황을 딛고 바닥 다지기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시 전경.

27일 통계청의 ‘2020년 10월 국내 인구 이동 통계’에 따르면 10월 제주로 순유입된 인구는 722명으로 지난 2018년 8월 774명 이후 2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순이동률은 1.3%로 세종(9.6%)에 이어 전국 2위를 차지했다. 지난 1월 인구 순유출을 기록하고 등락을 반복했지만 4월 이후로는 7개월 연속 인구 순유입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 1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1월만 하더라도 제주의 인기가 이제 끝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조금씩 나왔다. 중국 자본이 밀고 들어서면서 부동산 가격 급등한 데다 해외여행이 유행한 탓에 관광객이 줄어든 탓이다. 게다가 2월부터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하면서 일자리 불안도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그 불안감이 석달을 가지 않은 셈이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제주 지역 아파트도 바닥을 다지는 모양새다. 제주 지역 아파트 상승률은 지난 5월을 기점으로 하락폭을 줄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첫째주 제주 아파트값은 0.12% 하락했다. 하지만 하락폭은 지속 감소했고, 결국 11월 넷째주엔 0.01% 상승했다.

제주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동안 집값이 오르다가 가격이 급격히 떨어져서 4~5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면서 "예전처럼 다시 급등할지는 모르겠지만 바닥은 찍은 것 같다"고 했다.

제주의 아파트 거래량도 최근 반등하고 있다. 아파트 값이 올해 가장 많이 떨어졌던 5월 아파트 거래량은 232건으로 최저점을 찍었지만, 7월에는 499건까지 거래량이 늘었다. 6.17 부동산 대책과 7.10 대책 등 규제 영향으로 거래량이 주춤하긴 했지만 10월 거래량은 383건으로 5월 거래량 대비 65%보다 늘었다. 아파트 미분양도 조금씩 줄고 있다. 올해 7월 제주 미분양은 1282가구까지 올라갔던 제주 아파트 미분양은 8월 1250가구, 9월 1221가구로 감소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제주 지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어 청정구역이라는 인식이 있어 내국인의 ‘한 달 살아보기' 수요 등이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주택 가격은 바닥에서 기반 다지기를 한 상황이고 추가 하락은 거의 없으며 당분간 보합세로 돌아선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0월에 제주 순유입 인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층은 20대, 아니면 국제학교에 자리잡는 유학생 수요"라면서 "제주 주택 시장도 예전처럼 투자 열풍까지는 아니지만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과 공급이 줄면서 전셋값이 상승하는 현상 등으로 일부 매매 수요가 있어 바닥을 다진 후 조정 국면에서 털고 일어나는 분위기가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