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임상시험 결과 공개한 뒤 논란 증폭
복용량 절반만 투여한 집단 효능 90%…"세렌디피티"
① 투약집단별 코로나 발생 현황 세분화해 공개 안해
② 국가별로 다르게 설계된 시험 결과 종합해 발표
③ 효능 90% 투약 방법, 고령층엔 시험 안돼

커피 한잔 값에 코로나 백신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됐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임상시험 과정에서의 '투약 실수'로 효능이 올라갔다고 뒤늦게 인정했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회사가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하는 과정에 문제가 많으며,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중인 코로나 백신.

25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과학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아스트라제네카가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와 일련의 이상 행동, 데이터 누락으로 인해 백신 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23일 옥스퍼드대학과 공동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의 3상 임상시험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평균 70%의 면역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때 투약 강도에 따라 효능이 62%에서 90%까지 차이가 났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시험 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2700명에게는 1회 접종량의 절반을 투여하고 한달 뒤 1회 접종량을 모두 투여했고, 9000명에겐 두번 모두 1회 접종량을 투여했다. 1그룹에서는 감염 예방 효과가 90%로, 2그룹에서는 62%로 나타났다.

이런 임상시험 방식은 앞서 3상 결과를 발표한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는 채택하지 않은 것이다. 당연히 임상시험이 왜 이렇게 진행되었는지, 복용량이 적은 그룹에서 효능이 더 높게 나타났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시험 참가자 모두에게 1회 접종량을 투여할 생각이었으나 계산착오(miscalculation)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연구 책임자 메니 팡갈로스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우연히 일어난 놀라운 만남)'라고 표현했다.

NYT와 인터뷰한 의료진들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에 이것 말고 다른 중요한 데이터가 누락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은 임상시험에서 131명의 코로나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는데, 투약집단별로 몇명이 나왔는지 세분화 해서 공개하지 않았다. 통상적인 관행과 달리 영국과 브라질에서 다르게 설계된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해 발표한 점도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미 웨일코넬 의과대학의 존 무어 면역학 교수는 "보도자료는 회사 측이 답변한 것보다 더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플로리아 대학의 백신 시험 설계 전문가인 나탈리 딘은 "(임상시험과 관련한) 정보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합쳐졌는지 파악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효능이 90%에 달하는 투여 방법이 5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는 시험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사실도 아스트라제네카가 공개한 게 아니라 미국 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인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총괄하는 몬세프 슬로위가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언급하며 뒤늦게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 고위 임원들이 중요한 시험 데이터를 증권업계 애널리스트에게 찔끔 찔끔 공개한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회사 측은 임상시험 참가자에게 심각한 질환이 발생해 시험을 중단한다고 밝혔는데, 질환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다가 JP모건이 주최한 투자자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밝혔다.

과학자들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포드 연구진이 왜 적은 복용량을 투여 받은 집단이 높은 효능을 보였는지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임상시험을 실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지 않고선 지금의 임상시험이 끝난다고 해도 백신의 효능을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어 교수는 "제기된 모든 의혹을 증명할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