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여행을 가지 않게 되면서, 여권 갱신 및 외국인의 한국 사증(비자) 발급 건수가 전년 대비 8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여권 발급 수수료(국제교류기여금)와 사증 발급 수수료 등 관련 세입도 같은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국민이 내는 여권 발급 수수료인 국제교류기여금은 한국을 해외에 알리는데 필요하다며 걷는 기여금이다. 이 기여금은 여권을 받기 위해선 무조건 내야 해 사실상 준조세 성격을 갖고 있다. 단수여권에 5000원, 거주여권에 7500원, 복수여권에 1만5000원이 부과된다. 사증, 흔히 말하는 ‘비자’는 국가가 외국인에 입국을 허가하는 증명서로, 우리나라 입국을 원하는 외국인이 발급 비용을 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으로 텅 비어있는 9월 인천국제공항 터미널.

26일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올해 여권·사증 발급 건수는 150만건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여권·사증 발급 건수인 730만건 대비 79% 줄어든 것이다. 작년의 경우 국민이 발급받은 여권 수가 460만건이었고, 나머지는 외국인이 한국에 입국할 때 발급받은 비자 건이다.

여권과 사증 발급에 따르는 수수료 수입도 발급 건수 감소 수준에 비례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국제교류기여금 징수액은 100억원으로, 지난해(594억원) 대비 6분의 1에 불과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개 연간 여권 발급 건수는 400만~600만건 사이에서 움직였는데, 올해는 현재까지 평소 대비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면서 "여권 종류마다 수수료가 달라 건수만으로 수수료 수입 감소 정도를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권·사증 발급 수수료는 세외 수입으로 잡히는데, 발급 건수가 80% 가까이 줄었으니 비례해서 관련 수입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여권·사증 발급을 비롯한 몇몇 분야에서 내년 정부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간 여권 발급 수수료는 예상치보다 많이 걷힌 경우도 있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이달 10일 외교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5년 국제교류기여금을 394억원 걷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모금된 금액은 478억원이었다. 2016년에도 목표액은 448억원으로 잡았지만 실제 걷힌 금액은 이보다 69억원 많은 517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