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배제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정치적 폭거"라며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환우(43·사법연수원 39기) 제주지검 검사는 전날 늦은 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근조(謹弔)'를 주제어로 된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지난달 28일 추 장관을 저격하는 글을 남겼다가 추 장관으로부터 '커밍아웃 검사'로 몰린 인물이기도 하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이 검사는 전날 쓴 글에서 "법무부 장관이 행한 폭거에 분명한 항의의 뜻을 표한다"며 "우리와 국민은 검찰개혁의 이름을 참칭해 추 장관이 향한 정치적 폭거를 분명히 기억하고 역사 앞에 고발하겠다"고 적었다.

일선 검사들도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검사는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차장검사도 아직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의혹만으로 검찰총장을 직무배제하는 게 맞느냐"고 비판했다.

다른 부장검사는 "의혹만으로 검찰총장을 직무배제하는 게 과연 법치인지 묻고싶다"고 했고, 다른 검사도 "검찰총장은 위법한 조치에 맞서서 절대 사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각에선 평검사 회의를 열어서 추 장관의 폭거에 공식적으로 항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몇 달 동안 추 장관에 대해 쌓여 있던 검사들의 불만과 분노가 윤 총장 직무배제라는 초유의 사태를 계기로 폭발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검사는 "검란이든 아니든,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식 창구가 필요하다"면서 "장모 사건도 개입하지 않았다는 중앙지검 판단이 나왔는데 그건 쏙 빼놓고 온갖 의혹만 갖다붙였다. 이미 시나리오가 다 정해져있던 것"이라고 했다.

검찰 외부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과 법치주의, 법질서의 수호자여야 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인사권과 수사지휘권, 감찰권을 남발하며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최선봉에 서있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 파괴 시도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도 "만일 검찰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총장직무배제라는 초유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여러 모로 검찰에 강력한 시그널을 주게 될 것이며, 이것이 곧 검찰개혁이라면 우리에겐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