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시달리다 매물로 나온 서울 핵심지 호텔들이 잇따라 주거시설로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부동산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대안으로 삼은 ‘매입형 공공임대’와는 지향점부터 달라, 주택 시장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 특급 입지에 자리잡은 고급 호텔들이 잇따라 시장에 나오고 있다.

우선 주식회사 크라운호텔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크라운관광호텔’(대지면적 7011㎡) 의 토지와 건물 매각에 나서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80년에 지은 크라운관광호텔은 최근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JLL(존스랑라살)코리아가 매각 주관사로 선정됐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메르디앙 서울’(대지면적 1만362㎡)도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리츠칼튼서울’이었던 이 호텔은 리모델링해 지난 2017년 9월 문을 열었다. 2018년 11월 말 이 호텔 지상 1층과 2층에서 영업을 해온 클럽 버닝썬에서 마약·성폭력 사건이 불거졌고, 호텔 소유주 전원산업도 재무구조 악화를 겪으면서 매물로 나왔다. 매각 주관사는 삼성증권으로, 현재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서울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 전경.

서주산업개발이 시장에 내놓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은 매각절차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는 부동산개발업체 더랜드컨소시엄으로, 이후 호텔부지에 주상복합을 개발할 예정이다.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에 따르면 매각대금은 4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이곳은 1982년 서울 강남권 최초의 특급호텔로 영업을 시작했지만, 내년 1월 말 호텔 영업도 끝난다.

금융투자업계는 현재 시중에 나온 서울 주요 호텔들이 향후 ‘고급 주거시설’로 개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매각 절차에 들어간 서울 주요 호텔들은 모두 주거시설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호텔 운영을 해오면서 경영난을 겪어왔기 때문에 다시 호텔로 개발하기도 어려운데다, 해당 입지가 주요 오피스권역도 아니라 오피스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개발업계가 이들 호텔 매입을 노리는 것은 고급주택시설로 전환할 경우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경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호텔들의 매입 의향자들은 주거용·오피스 디벨로퍼들"이라면서 "수요가 없는 원래의 용도 그대로 사용할 필요가 없는데다 입지만큼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전환(컨버젼·conversion)’이 부동산투자업계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면서 "호텔을 주거시설 혹은 실버타운으로 개발하거나 리테일의 물류센터 전환 등은 이미 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턴어라운드 전략 사례"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오피스텔, 상가건물, 호텔 등을 개조해 전·월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용산구 크라운호텔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유관기관과 업계 취재 내용을 종합해보면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크라운호텔이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 "매도자가 시세 보다 싸게 호텔을 내놓을 생각이 없는데다 이를 매수할 민간 디벨로퍼 역시 낮은 임대료를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주관하는 LH도 "이 호텔은 매입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